국민연금 지역가입자 10명 중 4명 이상은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납부예외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이 크게 오르면, 직장인과 달리 보험료 전액을 납부하는 지역가입자들이 노후 대비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저소득 가입자의 보험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4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638만8100명 중 283만335명(44.3%)은 ‘납부예외자’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납부예외’는 가입자가 실직, 사업 중단, 학업 등으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울 때 일정 기간 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납부예외자 중 지역가입자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가 있다. 직장에 소속된 가입자인 사업장가입자는 월급에서 연금 보험료가 원천 공제된다. 반면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는 직접 납부해야 한다. 또한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내주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크다.
사업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 평균 소득액이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가입자의 92.2%(328만1428만명)는 월 300만원 미만 소득자로 조사됐다. 지역가입자 대부분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인 ‘A값’(올해 기준 298만9237원)에 못 미치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영업자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나 1인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가입자는 연금 사각지대에 처할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납입액이 적어 향후 높은 수령액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납부예외자 비율이 높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 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수급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도 크다.
특히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이 크게 오를 전망이라, 지역가입자들은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인 A값을 기준으로, 사업장가입자의 총 납부액은 19만4300원이지만, 지역가입자는 38만8600원에 달한다.
이에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정부는 납부예외자가 보험료를 다시 내기 시작하면, 월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규모는 월 최대 4만6000원, 지원 기간은 12개월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지원 사업 대상자도 적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인당 월 평균 지원 금액은 4만4186원, 지원 대상은 15만318명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지원 대상과 지원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납부예외인 상태에서 납부 재개를 해야만 대상자가 될 수 있어, 오히려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 가입자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기간도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생애 12개월은 너무 짧다”며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을 최소 3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금개혁안에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아직 구체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선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기간도 3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