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열돔’의 영향으로 기록적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지하철 비냉방 역사의 약 70%가 3호선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승강장에서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노출돼 있지만 건설 당시 냉방 설비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와 막대한 공사비 탓에 근본적인 개선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2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지하철 1~8호선 지하 비냉방 역사 26개 중 약 70%(18개)가 3호선에 몰려 있다. 2·4호선의 지하 비냉방 역사는 각 4개로, 두 노선을 합해도 3호선의 절반에 못 미친다. 3호선 전체 32개역 중 56.2%가 냉방 설비 없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전날 오후 2시, 3호선 비냉방 역사에서는 더위를 식히려는 이용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이용객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휴대용 선풍기로 얼굴에 바람을 쐬며 열차를 기다렸다. 역사 직원들도 땀을 훔치며 근무를 이어갔다.
디지털 온도계로 자체 측정한 안국역 지하 1층 온도는 30.2도였다.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 온도는 31.1도로 바깥보다 불과 1도 낮았다. 같은 날 안국역과 경복궁역, 동대입구역, 잠원역, 도곡역 등 비냉방 역사 5곳의 승강장 온도는 모두 31도를 웃돌았다.
흐르는 땀, 붉어진 얼굴…역에서도 이어지는 더위와의 씨름
경복궁역에 설치된 냉방기기 앞에서 땀을 식히던 20대 남성 A씨는 3호선이 유독 덥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A씨는 “종종 이용하는 다른 노선은 들어가면 시원한데, 3호선은 냉방 시스템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이쪽은 지상에 노출된 것도 아닌데 밖과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잠원역 내부 쉼터에 앉아 쉬던 최정희씨(여·71)는 열차 내부는 시원해도 기다릴 때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지하철 기다릴 때는 더워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라며 “낙성대 근처에 사는데 그쪽 역보다 이쪽(잠원역)이 더 덥다. 오갈 때 여기가 유독 뜨겁다고 생각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도곡역 천장 송풍구 아래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전원식씨(70)는 “찬바람이 나오는 기계(스팟 쿨러)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며 “천장에서 나오는 바람만 쐬고 있는데 머리카락만 날릴 뿐 시원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 선풍기 기대 버티는 상인들
특히 비냉방 역사에 입점한 상가 상인들은 마땅한 냉방 대책 없이 하루 종일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동대입구역 지하1층에 위치한 한 가게 내부는 35도에 달했다. 선풍기 3대와 간이 냉풍기 1대를 동시에 가동하고 있었지만 실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동대입구역 상가 점주 B씨는 “지금 온도는 35도인데, 오전에는 38도까지 올라갔었다”며“다른 노선들은 냉방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역에 있는 다른 상인들은 매년 여름마다 더위에 힘들어 한다”고 호소했다.

3호선에 비냉방 역사가 유독 많은 것은 ‘구식 설계’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3호선 지하 역사는 건설 당시 냉방설비가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이 배치됐다. 이로 인해 냉동기와 냉각탑 등 필수 냉방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마련된 스팟 쿨러의 가동 방식이 오히려 내부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3호선 비냉방 역사에 설치된 스팟 쿨러는 앞쪽 호스로 찬 바람을 보내고, 덥혀진 공기는 배기 덕트를 통해 위쪽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덕트 근처에 온도계를 가져가니 30초 만에 37.5도까지 올랐다. 승강장에 별도의 배기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기기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내보낼 경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희정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에어컨을 가동할수록 도시 전체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일시적인 냉방 효과가 있더라도 결국 더운 공기가 역 안에 누적돼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교통공사는 구식설계의 구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별 여건을 고려해 냉방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냉방 역사 전체를 개선하려면 전면 리모델링이 필요해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비냉방 역사의 환경 개선으로 전면 리모델링 시 전체 냉방설비 설치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역당 약 630억원이 든다. 신속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라고 설명했다.
이어 “1~4호선은 93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현 상황은 각 역사의 환경 전반을 고려해 냉방 설비를 설치해 온 결과”라며 “진행 과정에서 각 상황에 부합한 역을 선정하다 보니 3호선 18개 역이 남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