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가 14일 보석을 허가 받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이날 어샌지가 출두한 가운데 심리를 벌이고 24만 파운드(약 4억원)의 보석금과 위치추적장치 착용 등의 조건을 붙여 이같이 결정했다. 또 여권 압수와 매일 거주지 신고, 야간 외출 금지 등 엄격한 제한이 덧붙여 졌다.
그러나 스웨덴 검찰이 항소키로 함에 따라 상급 법원인 런던 지방법원은 향후 48시간 이내에 보석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어샌지는 일단 구금 상태에 있게 된다.
항소가 기각되면 어샌지는 보석금 24만 파운드 가운데 20만 파운드를 현금으로 내는 즉시 풀려난다. 어샌지가 석방된다면 스웨덴 송환 여부를 결정짓는 재판을 받게 된다. 송환 공판은 다음달 11일 열린다.
앞서 어샌지 측은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위치 추적 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배된 그는 지난 7일 런던 경찰에 자진출두해 보석을 신청했으나 당시에는 기각, 독방에 구금됐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몰렸다. 어샌지 사진을 얼굴에 붙이고 나타난 이들은 어샌지를 성추행혐의로 기소한 스웨덴 검찰을 ‘미국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 보석이 허가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미국의 마이클 무어, 영국의 켄 로치는 보석금으로 2만 달러씩을 내놓는 등 이미 30만 파운드가 모금됐다.
어샌지의 모친인 크리스틴은 TV에 출연해 아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그는 어샌지가 보낸 옥중 성명을 낭독, “내 이상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는 아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의 고향인 호주의 신문·방송사 편집·보도국장들은 “공개된 외교전문이 국가안보나 개인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증거, 호주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줄리아 길러드 총리에게 보냈다. 임기를 2주 남겨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퇴임 후 첫 활동이 언론자유와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거리행사에 참석하는 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 선정을 위해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어샌지는 1위를 차지했고,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즈 이탈리아판은 그를 ‘올해의 록스타’로 선정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cable)을 퍼나른 미러사이트들은 2000개를 넘어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