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영화 ‘연평해전’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일부러 무너뜨린다. 더 큰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 결과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지만 누군가는 낮은 완성도에 실망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내는 ‘연평해전’이 남긴 것은 박스오피스 1위라는 성적과 불필요한 논란이다.
지난 24일 개봉한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이 해상 전투를 벌인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월드컵 기간에도 고된 훈련을 이어가던 참수리 357호 대원들이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 경기가 벌어지던 날 북한군의 포격을 맞으며 벌어지는 전투를 다루고 있다. 김학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김무열, 진구, 이현우가 출연했다.
‘연평해전’은 실화를 소재로 했음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해군과 공군의 지원을 받아 고증을 철저히 해 의복부터 당시 대원들의 역할까지 참수리호를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영화 후반부엔 실제 뉴스에 방송됐던 영상과 인터뷰를 삽입했고 실제 전투 시간이었던 30분 동안 영화에서도 전투가 펼쳐진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만든 다른 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강조하는 것과 다른 태도다.
덕분에 실제 사건에 대한 평가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가 혼동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평해전’의 관객 별점과 평은 포털사이트에 따라 10점 만점에 6점 또는 9점으로 크게 엇갈린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블로그에는 ‘연평해전’ 리뷰 댓글이 600여개가 달리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진이 ‘연평해전’에 별점 5개 만점에 2개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영화가 2점 밖에 안 되느냐는 반발이 불러온 논쟁이다. 영화는 영화로만 평가해야한다는 의견과 이 영화의 의도와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금 이 시간에도 ‘댓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영화 ‘디 워’를 비롯해 영화 ‘26년’, ‘화려한 휴가’ 등 애국심 마케팅과 이념 논쟁이 불붙은 사례는 많았다. 정치적 선호에 따라 특정 영화를 좋은 영화, 봐야할 영화로 만들고 싶은 대중의 욕망이 불러온 결과다. 영화의 낮은 완성도가 논란의 씨앗이 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논란은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중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됐고 이에 대한 비판도 늘 뒤따른다. ‘연평해전’도 제작 초기부터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논란이 따라다녔다.
‘연평해전’ 제작사는 애국심 마케팅 논란을 부추긴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실화를 소재로만 사용하지 않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저 인물과 사건을 보여줄 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거나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전반부는 전투 장면의 참혹함을 더 강조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일상과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전투의 전체 흐름을 조망하기보다는 인물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수많은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지만 어디에서, 누구를 맞추기 위해 날아온 것인지 알기 어려워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진구는 평면적인 캐릭터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연평해전’은 1일 현재 206만8396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다. 12세 관람가.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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