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서부전선’ 전쟁은 희극이 될 수 있을까

[쿡리뷰] ‘서부전선’ 전쟁은 희극이 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5-09-22 15:33: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터에서 희극이 존재할 틈은 비좁다. 대부분의 전쟁영화에서도 웃음이 터지는 순간은 한정돼 있다. 이와 달리 영화 ‘서부전선’은 전쟁을 희극으로 다룬다. 한국전쟁을 무대로 한 영화는 이미 여럿 있었지만 코미디로 풀어내는 시도는 없었기에 새롭다.

영화는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무렵 남한군과 북한군 병사가 우연히 마주치며 시작된다. 남한군 병사 남복(설경구)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 갓 태어난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쟁에 끌려온 농사꾼이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그의 부대는 전멸하고 혼자 살아남았지만 잃어버리면 총살당하는 비밀문서가 사라져 전전긍긍한다. 이 때 그토록 찾던 비밀문서를 손에 쥔 북한군 영광(여진구)이 나타난다. 영광의 부대 역시 그가 심부름을 간 사이 탱크 T-34만 남기고 전멸 당했다. 우연히 발견한 비밀문서를 들고 탱크를 운전해 돌아가야 하는 처지다. 어떻게든 비밀문서를 되찾아야 하는 남복과 어떻게든 탱크를 끌고 무사히 돌아가야 하는 영광의 다툼이 이어진다.

영화는 전쟁터에서의 희극을 그리기 위해 우연성에 기댔다. 남복과 영광의 부대는 우연히 습격을 당했고 우연히 홀로 살아남았다. 영광이 비밀문서를 손에 쥐게 된 것도 남복과 영광이 마주치는 것도 모두 우연히 벌어진 일이다. 겹쳐진 우연을 통해 남복과 영광은 3일 간 탱크에서 단둘이 지내게 되는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확보한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부대라는 집단의 차이가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군인으로서의 개인이 드러난다. 결국엔 집에 돌아가야 하는 둘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남복과 영광의 다툼과 화해가 반복되는 우여곡절을 코미디로 그려낸다.

문제는 우연의 연속으로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남복과 영광이 다투다가 벌집을 건드리는 장면이나 중공군을 만나 도망치는 장면, 상갓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 등 다양한 에피소드는 전쟁에 대한 상징을 드러내거나 극 전개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충분히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기보다는 영화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희극과 비극의 간격도 넓다. 각자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군인들의 모습이 비극이자 현실의 세계라면 남복과 영광의 다툼은 희극이자 판타지의 세계다. 지난 15일 서울 아차산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성일 감독은 “미시적으로 볼 때 가장 잔인한 게 전쟁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전쟁만한 코미디가 없다”며 “전쟁의 미시적, 거시적 관점을 다 담으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둘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래서 7번이나 바꾸며 고심했다는 영화의 결말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비밀문서가 가진 의미를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남복과 영광은 상대를 죽이고 이기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와 첫사랑을 두고 전쟁터로 끌려나온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전투가 덜 치열했다는 서부전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한국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며 그들에게 집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소 한 마리가 반복해서 등장하거나 태극기와 인공기를 동시에 준비한 마을 사람들이 총을 든 군인의 옷을 보고 깃발을 골라 흔드는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오는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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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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