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눈치보는 빙과업체… 여름에도 손해만

‘동네슈퍼’ 눈치보는 빙과업체… 여름에도 손해만

60% 할인가에 적자만… ‘몸통을 흔드는 꼬리’

기사승인 2016-07-22 10:54:40

아이스크림 최대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왔지만 빙과업체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오르는데 이익은 줄어드는 기현상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출고가에 유통마진이 붙어 판매가가 형성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달리, 판매가와 중간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조절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 판매처의 70%에 달하는 동네슈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가격표시도 최종 판매처인 동네슈퍼의 권한이다. 그러니 할인 등을 통한 가격 장난질도 예사다. 이 때문에 매출은 매년 수천억씩 마이너스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3년 1조9317억원 규모였던 국내 빙과시장은 지난해 1조4996억원으로 2년 사이 22.3%P 급감했다.

실제로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주요 빙과업체는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빙그레는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25% 가량 떨어졌고, 롯데푸드 역시 15%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빙과에서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추정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동네슈퍼’들이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 빼앗긴 소비자들을 되찾기 위해 50% 이상 할인된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과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2011년 최종판매자가 가격을 정해 표시하도록 했던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폐지되고 권장소비자가로 돌아왔지만 가격표시는 여전히 최종 판매자 재량에 맡겨져 있다.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이유다. 할인돼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본래 얼마인지 소비자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업계관계자는 “판매처의 70%가 넘는 동네슈퍼들의 요구를 맞추려다보니 출고가가 제조원가를 겨우 넘거나 오히려 밑도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빙과류는 과자 등 통합 매대에서 판매되는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통’이라고 불리는 냉동 쇼 케이스에 보관·판매된다. 통은 빙과업체의 매출이 발생하는 기점이자 점유율 등 시장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개체다. 업체 간 ‘통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동네슈퍼에 자사 통을 밀어 넣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할인경쟁을 계속했던 업체들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일어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통구조 역시 문제를 더하고 있다. 제조업체에서 출고된 제품들은 직영영업점이나 대형대리점을 거쳐 동네슈퍼로 납품된다. 유통마진을 위해 대형대리점 역시 할인율을 제시한다. 지역 동네슈퍼의 유통망을 잡고 있는 대형대리점의 요구도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제조업체간 의견을 모아 출고가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위법행위다. 제품생산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원자재와 포장재, 생산공장 등 연계된 수많은 업체와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권장소비자가 부착도 동네슈퍼의 반발이 심해 보류 중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고사(枯死)로 인한 신제품 개발위축 등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할인율이 고착화 되고 동네슈퍼의 입김이 세지면서 제조업체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유통구조 단일화와 현실적인 가격표시제 도입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조규봉 기자 akgn@kukinews.com ckb@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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