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오는 3월부터 병원에서 비급여 할인 광고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하면서 할인 기간, 의료행위나 환자의 범위, 종전 가격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개정안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할인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병원이 소비자를 속이거나 호도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할인 또는 면제 광고가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과 업무정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무분별한 미용 및 성형, 각종 시술의 광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비급여 진료비의 각종 할인 광고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의원에서 각종 미용, 성형 시술의 과장 또는 허위 광고가 판을 치자 소비자들의 피해자 속출하자,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광고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 진료비용 광고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협은 비급여 진료비 광고 금지 대상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비급여 할인 등을 하는 기간, 의료행위나 환자의 범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광고 ▲실제 비급여 진료비가 할인이나 면제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할인이나 면제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 ▲다수의 의료행위 중 특정 비급여 의료행위를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형태로 광고하는 행위 ▲종전 비급여 진료비에서 50% 이상 할인하는 형태로 광고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측은 “다만 통상 비급여 진료비 할인 광고에 대해 대상 환자, 할인 시술 항목을 한정하는 경우는 환자유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종전 가격을 밝히도록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며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개정안 시행이 진료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일변도식’ 시행령이라는 지적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 A씨는 "의사가 자유롭게 금액을 정하고, 환자 당사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에까지, 각종 할인 금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 경제에 반하는 지나친 제한"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피부과 전문의 B씨는 "과장 광고나 허위 광고를 통해 환자가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며 "그러나 수많은 병원이 비급여를 통해 먹고 살고 있으며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환자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각종 시술에 대해 의사가 시장상황에 맞춰 할인가를 적용한다. 비급여 진료비 할인 규제 시행령이 의료계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하며, 보다 구체화 된 규제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시행안을 보면 어떤 것은 광고 금지 대상이고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복지부가 보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주고 설명회를 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할인 광고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여드름 치료 50% 할인’이라는 광고를 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까지 할인 금지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개정안 의견수렴과 입법절차를 거쳐 3월 1일부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면서도 의료계 현실에 맞는 시행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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