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소비심리가 7년만에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꼭 필요한 것에만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양과 가격을 줄여 선택의 폭을 넓힌 소포장·소용량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3.3으로 작년 12월보다 0.8P 감소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5.0 이후 7년 10여개월만에 기록한 최하치다.
지난해 11월 95.7이었던 소비심리지수는 12월 94.1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100’으로 놓고 이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평가한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현재생활형편지수’는 87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를 전망하는 생활형편전망지수도 91로 같은 기간 2포인트 줄었다. 모두 100보다 낮은 수치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는 곳에만 소비하는 ‘가치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의식주에서는 같은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포장·소용량 제품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19세부터 59세 사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90.4%가 소용량 식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77%가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촉진하기 위한 소포장·소용량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은 건나물을 소포장한 ‘소담제주 한끼산채’를 선보였다. 고사리 등 건나물들을 한 끼 식사량에 맞춰 15g으로 소포장한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도 제주안심장조림과 비빔오징어채 등 소포장 반찬 2종을 선보였다. 이번 제품은 한 끼 식사에 알맞은 80g으로 덜어 컵용기에 담아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1등급 이상 한우를 200g 단위로 소포장해 정육세트와 혼합세트, 스테이크 세트 등 다종화해 판매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 명절선물세트도 소포장화(化)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기존보다 중량과 가격을 낮춘 소포장 선물세트 8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2.4㎏ 이상이던 소고기 선물세트를 1㎏와 1.2㎏ 수준으로 낮추고 이에 맞춰 가격도 하향조정했다. 굴비도 기존 10마리 대신 5마리로 구성했다.
현대백화점도 기존 선물세트 대비 축소시킨 소포장 선물세트 ‘명인명촌 미소 합’ 세트를 선보였다. 기존 명인명촌 합 세트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제품들을 따로 추려 소포장하고 가격을 낮췄다. 또 기존 20마리로 구성됐던 영광굴비세트를 10마리로 줄이고 2.8㎏ 단위로 판매하던 호주 정육 세트도 1.4㎏으로 소포장해 가격을 낮췄다.
G마켓도 홍삼 진과 선물세트와 완도 전복세트, 제주 서귀포 한라봉 등 선물세트를 3㎏로 용량과 가격을 낮춰 소포장 세트로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소포장·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부정청탁방지법 등이 맞물리면서 선물세트 등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