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의 과실, 환자의 사망 등 명확한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 진료기록부가 중요한 법적, 의학적 입증자료가 된다. 그런데 의료사고가 발생 시 환자와 그 보호자는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부가 원본인지 수정본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해당 병원에서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수정했다면, 원본과 수정본을 구별해 놓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는 이를 알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진료기록부 수정본 보존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인재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의무기록의 추가기재·수정 등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기록자료를 작성·보존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진료기록부 수정 시에도 전자의무기록 접속기록 자료까지 작성해 보존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전예강(당시 9세)양의 의료사고와 관련해 당시 예강이를 진료한 세브란스병원이 의무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예강이는 2014년 코피가 멈추지 않아 응급실을 찾았다가 요추천자 시술 중 쇼크로 사망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예강이의 모습이 담긴 CCTV, 의무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수혈을 받은 시간, 응급실 내원 당시 맥박수 등이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간호기록을 보면 수혈이 오후 12시11분과 오후 1시45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는데, 두 번 모두 동일한 혈액 번호가 기재돼 있어 수혈시간 기록을 앞당기기 위한 허위작성이 의심된다는 게 환자단체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측은 “진료기록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분쟁은 예강이 사건 이외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진료기록을 보관·관리하는 곳이 병원이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은 사고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현행법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등에 추가기재 또는 수정이 이뤄진 경우, 자료를 보존할 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수정 등 변경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접속기록자료에 대한 작성과 보존 의무가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재근 의원은 “개정안에는 필요시 전자의무기록의 추가기재·수정 등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기록자료를 작성·보존하도록 하고 원본과 추가기재·수정본에 대한 환자의 사본교부 요청에 응하도록 해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진료기록부는 의료사고 발생시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 기준이 되기도 한다”며 “진료기록부의 진실성과 정확성 담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수정을 했다면 이후 내용까지 모두 보관하고 발급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의료인이 작성한 진료기록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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