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올해 세 번째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경기 연천 농장의 젖소에서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보은군과 정읍시에서 발생한 O형 바이러스와는 다른 형태로 두 개 이상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농가의 ‘모럴헤저드’로 백신 접종을 고의적으로 기피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농가에서는 백신이 제대로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물백신’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 2000년 재발병 이후 376만마리 살처분… 사용 예산만 3조3000억원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연천 젖소 사육농장에서 접수된 의심신고 확인 결과 혈청형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지난 2000년 이후 이번까지 총 9차례 발생한 구제역에서 각기 다른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1934년 이후 다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66년만인 지난 2000년 3월이다. 당시 23일 기간 동안 2216마리가 살처분됐다.
2002년 5월에는 53일간 발생한 구제역으로 16만155마리가 살처분됐으며 이후 8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것은 2010년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와 함께 발생한 구제역이다. 145일간 계속된 구제역으로 총 347만9962만마리가 살처분 돼 역대 최악의 구제역으로 기록됐다.
2014년 5월 24일 구제역 청정국의 위치를 회복했지만 불과 두 달 뒤인 2014년 7월 다시 구제역이 발병됐다. 2014년 7월과 12월, 지난해 1월까지 총 207일간 20만788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집계가 시작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제역 발병 기간은 총 485일로 살처분된 사육두수는 376만2043마리에 이른다.
앞서 발생한 8차례의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매물비용과 보상금 등으로 지급된 예산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 백신정책도 무용지물… 번번이 뚫려
구제역은 소와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에서만 발생하는 가축질병으로 250㎞의 전염반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높아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2010년 최악의 구제역을 겪으면서 이듬해인 2011년부터 백신정책을 통해 모든 소와 돼지에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다.
소의 경우 생후 2개월 1차 접종을 하고 다시 1개월 뒤에 2차 접종을 실시한다. 이후 6개월 단위로 주기적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돼지는 생후 1차 접종을 실시하고 이후 2차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에 구제역이 창궐한 충북 보은군 농장 젖소는 19%, 전북 정읍 한우농가는 5%의 항체형성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가 전국 사육농가가 97.5%의 항체 형성률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던 것과는 상반된 부분이다.
◇ 정부 “농가 접종 미흡” VS 농가 “백신 문제” 대립
정부는 구제역 백신접종이 시행됨에도 지속적인 구제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농가에서 제대로 백신접종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농가에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송아지 유산 우려 때문에 백신접종을 꺼리고 있다”면서 “백신 구매 기록을 확인한 결과 1회 접종하는 백신은 구매하지만 2~3회 접종하는 백신을 구매하는 농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관계부처는 현재 50두 이상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구제역에 한해 접종과정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의 성능을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접종에 이용하는 구제역 백신은 영국 메리얼사(社)가 제조하는 ‘O1 마니사’ 형 백신이다. 해당 백신은 냉장관리가 이뤄지지 않거나 접종 시 18℃까지 기온을 올리지 않을 경우, 또 기간이 오래될 경우 효과가 떨어져 ‘물백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농가의 접종방법 소홀, 이후 정부의 추적관리 미흡으로 인한 인재로 보기도 한다.
한 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접종으로 인해 우유 생산량이 줄어 접종을 꺼리는 농가도 있을 수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백신접종에 대한 실태 조사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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