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각종 규제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국내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기에 중소 맥주 제조업체 역시 생산량 상한선에 걸려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로 수입된 맥주의 금액은 1년 사이 30% 가깝게 증가한 2140억원을 기록했다. 수입 맥주 금액이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497억1750만원 규모였던 수입금액은 연평균 30% 이상씩 신장하며 7년 사이 330% 폭등했다.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지난해 10% 이상으로 몸집을 키웠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라거맥주가 주류인 국산맥주와는 달리 다양한 첨가물로 독특한 풍미와 향이 특징인 수입맥주의 추격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가세체계로 인한 가격차이 역시 크다. 현재 우리나라 맥주와 희석식 소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더해진 과세표준의 72%인 ‘주세’와 이 주세에 30%가 추가된 ‘교육세’, 그리고 과세표준·주세·교육세 합의 10%가 추가된 ‘부가세’가 더해진다.
반대로 수입맥주는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과 관세만이 적용된다. 여기에 72%의 주세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신고금액을 수입업체가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일부러 신고금액을 낮춰 세금을 줄이는 꼼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무역협정(FTA)으로 2018년 7월부터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가 예정돼 사실상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 상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 맥주 제조업체에 대한 규제도 크다. 주세법상 소규모 업체는 맥주 생산량 75㎘ 이하로 제한돼있어 이보다 많은 양을 생산할 경우 일반 업체로 분류된다. 현재 주세법상 100㎘ 이하 소규모 업체는 과세표준의 60%를, 300㎘ 이하는 40%를 감면해주고 있다.
따라서 중소 맥주업체의 경우 대량생산보다는 절세혜택을 받기 위해 사업 규모를 확장하지 않아 시장이 점차 고사(枯死)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