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분양시장이 대선 이후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대부분 사라지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들은 투자 가치가 있을만한 곳으로만 몰리면서 지역별 청약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2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초기분양률이 90% 가까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88.2%를 기록했다. 전 분기(85.8%)보다 2.4%포인트 높아졌고, 작년 같은 기간(78.6%) 대비 9.6%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99.9% △경기 86.9% △인천 71.2% △지방 5개 광역시 및 세종시 97.7% △기타 지방 82.9% 순이다. 서울 지역의 분양 성적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천·성남·하남·고양·화성 동탄2 등 청약조정지역이 속한 경기도도 초기분양률이 작년 2분기 67.8%로 바닥을 찍은 후 올해 1분기 86.9%까지 올라왔다.
반면 초기분양률이 위험 구간인 70% 아래에 머무르는 지역도 있다. 충남은 평균분양률 21.4%로 전년 동기 대비 34.1%포인트 하락해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경북도 18.8%포인트 떨어진 59.7%를 기록했다.
초기분양률이란 분양게시일 이후 3~6개월 사이의 실제 계약률을 의미한다. 초기분양률은 아파트 분양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 초기분양률이 높다는 것은 단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 대신 실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분양 열풍에 편승해 청약을 넣었다가 막상 당첨된 뒤 계약금을 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어든 대신 실제 계약 의지가 있는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주가 되면서 청약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청약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자들의 부담이 커진 만큼 청약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만한 일명 ‘되는 곳’으로만 모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 상승 동력이 있는 서울과 아직 청약 관련 규제가 약한 부산, 개발호재가 있는 세종시, 경기도 평택 등에는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청약시장의 열기가 뜨겁지만 제주, 경북, 경남 등 일부 지역은 미달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평균 청약경쟁률은 서울이 7.3대1, 경기도가 6.5대1을 기록하는 등 서울․ 수도권은 청약시장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상북도와 제주도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0.07대1, 0.6대1을 기록하며 청약자를 구하지 못하는 미분양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청약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수요가 빠지고 실수요 위주로 재편이 되면 호재가 있거나 상승 여력이 있는 지역으로만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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