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산업현장에서 자연 재해가 아닌 매년 되풀이 되는 사고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일어난 삼성중공업 대형 크레인 붕괴 사고는 생산 원가를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하청에 재하청까지 내려가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안전보다는 효율을 우선시하는 작업 관행 탓에 벌어졌다.
이런 과정 속에 국내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다. 국내 근로자 10만 명 가운데 산재 사망자는 10.8명으로 유럽연합, EU 평균보다 5배에 가까이 많다.
이제 강도 높은 처벌과 산업현장에서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문화 정착 등을 통해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잇따른 산업재해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비 절감’보다 못한 생명
실제 지난달 20일 발생한 STX 조선해양 폭발사고도 STX조선해양 경비 절감으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해경 수사본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잔유(RO)보관 탱크에 설치된 방폭등 4개는 모두 방폭 기능이 전혀 없었다.
해경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방폭 역할을 하는 부품인 글라스를 교체하면서 방폭기능이 없는 일반 글라스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인 스크린도어 수리 현장에서도 ‘2인1조’로 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시간에 쫓겨 정작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5명의 직원이 1∼4호선 모든 역을 담당했으며 사고 발생 1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에서 사망한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군을 포함해 3년간 3명에 달한다는 점도 이 사고가 인재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직원 진모(44)씨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빌라 3층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추락해 숨졌다.
외벽에 붙은 실외기 수리 시 사다리차를 부르거나 안전띠를 설치하고 작업해야 하지만 추가 비용과 20분 만에 제품을 수리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사망자 여전히 ‘증가’… 건설업 ‘2년 연속 1위'
고용노동부 2016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재해율은 0.49%로 전년 대비 0.01% 감소했지만 재해자수는 9만 656명으로 전년 대비 527명 증가했다.
2016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제조업(0.65%→0.62%), 서비스업(0.34%→0.32%) 등 대부분 업종에서 감소했으나 건설업은 0.75%에서 0.84%로 건설물량 급증 등으로 증가했다.
사망재해도 대부분 업종에서 감소했으나 건설업(1.47‱→1.76‱)에서 증가했다. 건설업은 2015년에도 437명(45.8%)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 특히 떨어짐, 부딪힘 등 사고성 사망재해가 1.30‱→1.58‱러 0.28‱p 큰 폭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전체 재해자의 81.8%(7만4194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등 소규모사업장의 재해 취약요인이 상존하고 있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산업 재해는 기본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안전 점검 강화를 위해 감사가 많이 진행될 뿐 기업이 특별히 피해 보는 것은 없다”며 “최고 경영진들이 근로자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