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풍요로운 한가위에도 마찬가지지요. 명절 연휴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워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연휴 첫날인 30일 한국은행은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절반이 농·수·축산물이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주요 원인품목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향후 1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에 대해 묻자 51.4%가 농·수·축산물을 꼽았습니다. 공업제품은 40.1%, 공공요금 39.9%, 집세 30.7%, 개인서비스 21.5% 순이었지요. 물론 복수응답입니다.
생활이 풍요로워지면 문화생활과 서비스와 관련된 지출과 소요가 많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 현재 먹거리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하는 가계가 절반이 넘어간다니 놀랄 일입니다. 1인당 GDP가 2만9115달러, 세계 30위권인 우리나라에서 나온 설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농·수·축산물에 대한 응답 비율은 지난 7월보다 5.6% 포인트 올랐습니다. 게다가 50%를 넘기는 것은 이 항목이 추가된 2013년 이래로 처음입니다. 국민들이 갈수록 ‘먹고사니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국은행에서는 농·수·축산물 부담에 대해 폭염 등으로 채소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먹거리는 기후와 작황 등의 이유로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응답은 이례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질적인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올랐습니다. 농·수·축산물 가격은 4.8%나 뛰었습니다. 특히 오징어 63.7%를 비롯해 토마토·양파·달걀 등 최대 35.9% 비싸졌습니다.
반대로 임금상승률른 글로벌 금융위기인 ‘IMF 시절’ 이후 10년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3%였던 평균임금상승률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3.4%로 줄었습니다.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내 월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합니다.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수요 감소, 보호무역 기조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는 말은 아닙니다. 지난달 월급명세서와 통장 잔고를 보니 납득이 갑니다.
선진국 문턱에 발을 올려두었음에도 먹고 사는 걱정이 큰 사회. 지금의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