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인비테이셔널이 남긴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화 숙제

[옐로카드] 인비테이셔널이 남긴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화 숙제

인비테이셔널이 남긴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화 숙제

기사승인 2017-10-24 18:08:06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 성공여부는 최근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 외산 게임이 파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 ‘토종 게임’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e스포츠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지층은 충분하다. 이미 글로벌 판매고 1500만 장을 돌파했다. 동시접속자 수도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형세다. 넷마블과 NC 소프트 그리고 넥슨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걸 블루홀은 오로지 게임만 잘 만들어서 얻어냈다.

올해 지스타에서 열리는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은 한국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대회다.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의 성공 가능성과 방향을 점쳐볼 수 있는 일종의 청사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2번의 아프리카 예선과 1번의 트위치 예선은 블루홀에게 몇 가지 숙제를 내줬다. 가장 크게 대두된 문제는 온라인 대회 진행에서 파생되는 반칙행위다. 지난 22일 트위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 로드 투 지스타 트위치 선발전에서는 이른바 ‘방플’ 논란이 일었다. 대회에 참가한 ‘당일치기’가 관리감독관이 없는 맹점을 악용, 중계방송을 시청하면서 경기에 임한 것이다.

팀원 중 1명이 동시 송출 중이었던 개인방송에서 부정행위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적발됐다. 그들이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걸리지 않았을 터였다. 과연 ‘방플’을 시도한 이들은 ‘당일치기’ 뿐이었을까. 무려 80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대회였다. 모두가 철저한 스포츠맨십을 갖고 경기에 임했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온라인 대회에선 각 팀에 직원을 1명씩 파견한다.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과거 나이스게임TV가 주관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배틀이 그러했다. 하지만 배틀 그라운드는 무려 20팀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 현실적으로 감독관 파견이 불가능하다.

‘당일치기’의 ‘방플’ 논란은 배틀 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의 온라인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반대로 말하면 오프라인으로 치러야만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80개 PC를 동시 구동할 수 있는 대형 스튜디오를 보유한 곳은 많지 않다. e스포츠 대회를 주관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곳은 오픈 스튜디오를 보유한 아프리카TV 그리고 PC방을 운영 중인 나이스게임TV 정도다. 이런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매 대회 때마다 PC방 등 대관 장소를 새로이 물색해야 한다.

2번째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옵서빙 문제다. 80인 또는 100인이 한 섬에서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보니 경기 초반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옵서버로선 어느 지역, 어떤 플레이어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지 갈피 잡기가 어렵다. 아직 충분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현재로선 더더욱 그렇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이번 대회에 무려 옵서버 5인을 동시 투입했다. 전체 화면과 교전 화면 중 어느 걸 송출해야 할지는 실시간으로 조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일부 교전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동시에 사건이 일어나는 배틀 로열 장르의 특성 상 어쩔 수가 없었음을 방증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멀미 증상을 느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틀 그라운드는 1인칭과 3인칭 슈터 장르를 오간다. 사방에 적이 깔려있는 게임 특성상 플레이어의 360도 회전이 빈번하다. 빠른 아이템 파밍을 위해서는 초고속 방향 회전도 필수적이다. 시청자에게 친절한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모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 또한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블루홀은 솔로, 듀오, 스쿼드 중 어느 모드의 e스포츠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e스포츠화가 진행될수록 각 모드에 특화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적어도 최고 수준 대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게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모드는 4인이 한 팀으로 출전하는 스쿼드다. 인비테이셔널 예선 역시 이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본선에선 3가지 모드를 모두 플레이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게임이기에 잘한다와 못한다를, 옳다와 그르다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방향키를 잡았는가는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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