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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이면 또 복수 팀이 해체 수순을 밟는다. 어느덧 관례처럼 됐다. 처음에는 성장통이라 자위했지만, 어느덧 4번째 시즌이 끝난 시기다. ‘갓겜’은 불과 1년 만에 ‘망무새’ 터전이 됐다. 한국 오버워치 e스포츠는 어디로 향하는가.
지난 9월24일 외신 ESPN을 통해 GC 부산의 오버워치 리그 행 소식이 보도됐다.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4 우승컵을 들어올린지 겨우 4일 만이었다. 루나틱 하이, 콩두 판테라, LW 블루 등이 그랬듯 APEX에서 찍은 눈도장을 바탕으로 오버워치 리그에 진출한 것이다.
GC 부산의 오버워치 리그 진출 사실은 한국 오버워치 e스포츠 시장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APEX는 오버워치 리그로 향하는 등용문이 됐다. 최상위권 선수를 모조리 오버워치 리그에 내줬으니 인식도 자연스레 2부 혹은 셀링 리그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 프로스포츠 리그는 실력이 곧 위상이다.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갈고 닦인 e스포츠 인프라 덕에 다음 시즌에도 GC 부산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팀이 새로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곧장 오버워치 리그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보다 좋은 여건과 연봉이 보장됐을 때 팀을 옮기는 건 이 바닥의 자연스런 생리다.
우려되는 건 오버워치 리그에 합류하지 못하는 팀과 선수, 그리고 그들이 남아 있는 지역 리그의 미래다. 리그 위상이 낮아짐에 따라 인기 및 화제성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으며, 때문에 많은 APEX 참가 팀이 스폰서 확보에 있어 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단 운영 여부를 놓고 고심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락스 오카즈는 시즌4 시작 전 해체를 결정한 상태로 대회에 참여했다. 이 마저도 “1년 동안 1부 리그 진출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저버릴 수 없다고 판단”한 락스 게이밍 측의 배려 덕택이었다.
2시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한 콘박스 스피릿 역시 지난 10월 초 기존 선수들과의 계약을 전부 해지했다. 해체를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시즌 행보는 차기 시즌 관련 내용을 보고 추후 공지하겠다”는 말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기란 어렵다.
한국 오버워치 1세대 팀 중 하나인 LW 레드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최고 다크호스 또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들이었지만 시즌 내내 게임단 내외적으로 곤욕을 치렀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또 이밖에 지난 APEX 시즌4에 참여했던 또 다른 팀의 해체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해당 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해체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상위 팀은 모조리 오버워치 리그로 진출했고, 남은 팀은 성적과 관계없이 줄줄이 해체를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PEX 주관사인 OGN 측도 차기 시즌 개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운영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한 어느 게임단 관계자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모든 오버워치 대회 참여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앞으로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선 밝게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또 게임 인기의 지속적인 하락도 e스포츠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PC방 게임 통계 서비스 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오버워치의 PC방 점유율은 13.12%에 불과했다. 한때 최고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던 오버워치였지만, 지금은 신규 게임 배틀 그라운드와도 10%p 이상 벌어져 3위 자리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지난 1년 동안 악성 유저 제재 및 밸런스 패치가 원만하기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용자 불만이 쌓인 결과다.
루나틱 하이부터 GC 부산에 이르기까지 수 개의 황금알을 낳아온 거위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 오버워치 e스포츠 시장은 어디로 향하는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듯 보인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