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최근 대리게이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도’ 김수민이 오버워치 리그 필라델피아 퓨전에 입단한 게 그 기폭제가 됐다. 아직 프로게이머보다 대리게이머로 더 유명한 그는 리그로부터 고작 30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가 대리로 플레이한 게임 수만 해도 30경기는 넘을 테지만.
논란의 불씨는 최근 기존 프로게임단의 신규팀 창단, 연이은 대규모 대회 개최 등으로 e스포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종목으로 옮겨졌다.
“저희가 검찰은 아니기 때문에 혐의만 있다고 해서 제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혐의가 확실시되고, 선수가 이를 인정한다면 그 팀의 출전을 제재할 생각입니다”
OGN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PSS) 제작진이 지난 14일 대회 제작 발표회에서 밝힌 입장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e스포츠의 품위를 손상시킨 이를 제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특별히 이름 석 자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대부분은 제각기 떠올리는 인물이 있는 듯싶었다.
오버워치 리그의 징계 내용이 밝혀졌을 때 한 현역 관계자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프로게이머란 언제나 배고픈 직업이다. 그래도 공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행동거지 하나를 조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참고 삭이면서 연습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례를 보며 기존 선수들은 후회와 회의감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e스포츠는 각종 선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더 엄격해야 한다. 한창 자랄 때 교정되지 않은 나무는 계속 구부러진다. 나중 가서 제2·제3의 대리게이머가 프로의 문을 두들길 때 “쟤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됩니까” 묻는다면 업계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답해야 하나.
대리게임의 씨를 말릴 수는 없다.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양심이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걸 알기에 그들에게 자정을 촉구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양지로 기어 나오지는 말아 달라고, 그것만큼은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정직한 이들이 정직하게 일군 한 뼘의 땅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살던 곳에서 살던 대로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후에 진심 어린 사과도 부탁이니 부디 하지 말아 달라. 실력으로 보답하겠다는 말만은 제발 참아 달라. 악취 위에 향수를 덮으면 더 역하다.
요즘 승부조작으로 몰락한 한 전(前) 프로게이머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상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무릎을 꿇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에 과오에 대해 거듭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냉랭하다. “양심이 있다면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말아라”라는 게 주된 여론이다.
한때 그보다 부족했던, 그러나 정직했던 동업자들은 여전히 개인방송·오프라인 대회에서 스타크래프트로 팬과 호흡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시절 ‘본좌’로 불리며 억대 연봉을 수령했던 그는 이제 이 바닥에서 없는 존재 취급을 받는다. 대리게임과 승부조작을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겠으나, 두 가지 모두 e스포츠를 좀먹는 행위임은 다르지 않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