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팀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과연 누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행복팀이 없어지는 것이야말로 농아인(청각장애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됩니다.”
15일 오후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 선 ‘행복팀 사기 사건’의 한 피해가족이 가해자들의 엄벌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사건은 ‘행복팀’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만든 총책 등 농아인 조직원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같은 농아인 수백명에게서 수백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이 사건에 가담한 일부 행복팀 지역 팀장들은 경찰에 적발되고도 피해자들을 회유해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이들의 협박에 못 이겨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불어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비극이 잇따르면서 농아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날 법정에 선 이 남성은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끊은 남성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집을 담보로 2억 정도를 대출 받으셨는데 ‘행복팀’이라는 곳에 큰돈을 주셨다”며 “그런데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출이자마저 부담되는 상황에서 왜 거액을 줬냐고 아버지에게 따져 물었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죄인처럼 믿었던 농아인 사회에 충격과 실망을 받았다면서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하셨다”며 “미안하다. 아버지 용서하지마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본 것이 신분 확인을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였다”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재판장에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고, 방청석에 앉은 또 다른 피해가족들은 오열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지 저희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행복팀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농아인 전체 사회를 파멸시켰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과연 누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더 이상 아버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제발 엄벌로 행복팀 활동을 멈춰 주셨으면 한다”고 애원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던 공판검사 역시 행복팀 총책 김모(45)씨의 구형을 앞두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였다.
공판검사는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윤택하게 살고 싶었던 삶의 희망마저 잃어버렸다”며 “피눈물 난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흐느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세뇌해 복종을 강요하고 피해자 고통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개인 탐욕을 위해 남의 행복을 짓밟은 이번 사건은 통상의 사기 사건과는 다르다. 가히 살인행위와 맞먹는다”고 성토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사기 사건에 있어 이례적으로 중형을 구형한 것이다.
검찰은 이 구형량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이 마땅하나, 형법상 감경 대상이 되는 농아인인 점, 피해회복이 전혀 되지 않은 점, 반성 없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이 구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책 김씨와 김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앞서 붙잡힌 중간책의 거짓 진술에 검경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해 농아인과 가족 등으로 구성된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가해자들의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엄벌을 촉구해왔다.
공동대책위는 이번 재판에 앞서 이 사건에 가담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1만67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