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농아인(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 거액을 받아 가로챈 이른바 ‘행복팀’ 사기 사건이 경찰 수사 1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원은 23일 행복팀 총책 등 핵심 가담자들이 형법상 감경 대상인 농아인인 점에도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하며 단죄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이번 재판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농아인들로, ‘행복팀’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결성해 고수익을 미끼로 같은 농아인들에게서 거액을 받아 챙긴 사건이다.
지난해 1월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파악된 피해 규모는 500여 명에 28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할 때 확인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줄어든 150여 명에 97억원가량이었다.
이마저도 중복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금을 제외한 94억원만 법원에서 인정됐다.
“고수익에 좋은 직장까지 얻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들은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으며 행복팀에 돈을 건네줬다.
하지만 고수익은커녕 원금마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행복팀 관련 피해 신고 센터를 운영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총책 등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게 되자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행복팀 잔당들이 “합의하면 돈을 돌려준다” “신고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며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피해자들에게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행복팀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철저히 막았다.
이러는 사이 날이 갈수록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해져만 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풍비박산이 나는 가정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심지어 이를 견디지 못한 한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팀은 이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판 날짜가 다가올수록 피해자들을 종용해 합의서를 받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행복팀 잔당들은 구속된 핵심 간부들이 설사 실형을 받더라도 금방 풀려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이들 모두가 형법상 감경 대상인 ‘농아인’이기 때문에서였다. 현행법상 농아인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감경 받도록 돼 있다.
이들이 피해 회복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범죄수익금으로 추정되는 행복팀 총책 보유 자산 등을 다 처분해도 20억원가량으로, 법원에서 인정된 피해금 90여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행복팀이 남은 돈을 어딘가에 빼돌렸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법원이 총책에게 징역 20년, 핵심 간부들에게 징역 10~14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피해 회복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과 합의를 적극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무죄라고 항변하며 조직원들을 다독거렸던 총책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자 행복팀 내부뿐만 아니라 피해 신고를 머뭇거렸던 행복팀 피해자들도 현재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팀 총책 변호사는 1심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도 기소된 행복팀 관련 피고인 가운데 일부 무죄를 받은 이들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
농아인 사회에 전대미문으로 기록될 이 사건에서 ‘농아인 감경 조항’ 존폐 논란과 피해 회복 여부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