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13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7일 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04년 평소 알고 지내던 B(여‧지적장애인)씨의 딸 C씨를 수차례 강제추행했다.
이 때 C씨는 고작 10살이었다.
C씨가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무렵 A씨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피해 사실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A씨를 찾을 길도 막막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한 번도 A씨를 잊은 적이 없었던 C씨는 10여 년이 흘러 우연히 대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A씨를 보게 됐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C씨는 한 눈에 A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C씨는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상처를 친척에게 털어놨고,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는 13년 만에 재판대에 올랐다.
A씨는 법정에서 “C씨를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재판은 13년 전 10살에 불과했던 아이의 증언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C씨는 13년이 지났지만 A씨 범행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게다가 C씨는 당시 버스 운전기사였던 A씨가 타고 다녔던 버스 번호와 버스회사 이름, 운행구간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실제 같은 이름의 버스회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자신이 운행한 버스 번호 뒷자리는 C씨가 말한 4자리 가운데 맨 끝자리 1개가 다르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C씨가 A씨 버스를 알지 못하면 4자리 번호 가운데 3자리를 특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C씨 진술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2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A씨를 무고하기 위해 수치스럽고 충격적인 성범죄 피해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거나 과장했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C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