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로 불거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식지 않고 점점 확산되면서 경남 연극계도 휘청거리고 있다.
연극계 거장으로 알려진 밀양연극촌 이사장 이윤택 연출가가 성폭력 의혹에 휩싸여 물의를 빚은 데 이어 20대 여성이 과거 10대 때 김해의 모 극단 대표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새벽 서울예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16살 때 김해 지역 모 극단에 입단했다가 연출가이자 대표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김모(27‧여)씨는 “그는 그 곳에서 연극으로 왕이었다”며 “여러 고발 글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성폭력 가해) 방식이 똑같아서였다”고 적었다.
이어 “그때는 정말 이게 예술인건가. 이런 것도 경험해야 하나”라며 “이런 권위를 이용해서 지방에서 얼마나 많은 이런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면 정말 끔찍하고 아프다”며 되뇌였다.
글쓴이는 “그냥 저는 도구였다. 그냥 인형이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제발 남들처럼 선생이랑 제자였으면…”이라며 “16살의 저에게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 그냥 성범죄자. 꿈을 농락하고 추억을 강간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지 하루 만에 큰 파장을 불렀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경남연극협회)는 1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글쓴이가 과거에 입단했던 김해지역 모 극단의 대표를 영구제명했다.
경남연극협회는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사태에 이어 김해지역 모 극단 대표의 성폭력 사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피해사실을 알리신 분들께 위로와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건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신적‧신체적으로 유린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경남연극협회는 “이런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가해자인 극단 대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영구 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련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도민여러분과 연극 동료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극단 대표는 ‘성적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밀양연극촌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과거 이씨로부터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 연극인들의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씨는 공개 사과를 하면서도 성추행은 당시 강제가 아닌 관습이었으며,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밀양연극촌은 밀양시의 무료임대계약해지 통보를 수용하며 연극촌도 해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