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플랜트 발목’ 대우건설, 김형 사장 입지 구축 ‘귀추’

‘해외플랜트 발목’ 대우건설, 김형 사장 입지 구축 ‘귀추’

기사승인 2018-09-04 06:55:00

대우건설이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세로 고전하면서 신임 사장인 김형 대표이사의 입지 구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해외 플랜트 사업 적자는 늘어나고 있고, 자본유보율 등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김형 사장을 비롯해 2년 간 대표이사가 세번이나 바뀌었다. 2년 전 퇴임한 박영식 사장 외 대부분 대표이사들은 낙하산 논란에 자유롭지 않았다. 김형 사장의 경우 삼성물산 재직 당시 로이힐 부실 책임 논란에 휩싸이면서 취임 시 대우건설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형 사장의 임기는 2021년 6월까지이지만 산업은행이 대표이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어 그의 입지가 넓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산업은행 입장으로서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주가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형 사장은 취임 시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삼은 만큼 향후 실적 전망에 귀추가 주목된다.

◇ 대우건설, 상반기 실적 및 주가 부진…해외 사업도 적자 확대로 직원 이탈↑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6167억, 영업이익 3437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8% 26.38%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1981억)도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3225억)에 비해 38.58% 줄어들었다. 

대우건설의 실적 부진은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누적 손실이 확대돼서다.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업의 각 부문 영업손익에서 플랜트가 약 774억3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해(9억9000만원 손실)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기업의 재무여력의 지표인 유보율(자본유보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유보율은 유보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것을 뜻한다. 즉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이익을 사내에 축척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자본유보율은 11.83%로 지난해 상반기(16.71%)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물산(12만649.91%), 대림산업(2297.32%), GS건설(756.55%) 등 경쟁 대형사와 비교하면 낮은 비율이다. 

순부채비율은 소폭 감소했다. 대우건설의 순부채비율은 61.99%로 지난해(66.61%)와 비교해 줄어들었다. 순부채비율이란 순수한 금융부채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순부채는 이자발생부채에서 현금 및 예금을 차감한 것이다. 부채비율이 150% 이내라고 해도 순부채비율이 높을 경우 재무구조가 튼튼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주가도 하락한 실적만큼이나 내리막길을 그리고 있다. 대우건설의 주가(9월 3일 종가기준)는 5240원으로 1년 전(7114원, 지난해 9월 8일 기준) 대비 26.34% 하락했다. 

직원 이탈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의 직원 수는 5569명으로 전년 상반기(5990명) 대비 7.02%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대우건설의 해외손실이 공개된 이후 전무급 인사 등 해외인력들이 회사를 관두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 대우건설, 구조적 한계 여전히 쟁점…잦은 CEO 교체 등 논란 잦아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부진은 해외 사업 손실과 함께 산업은행이라는 국책기관에 속한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PEF(사모투자펀드) ‘케이디비밸류제육호’(50.75%)로 사실상 산업은행이 지배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이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됐다. ‘대우’라는 브랜드는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다.

때문에 CEO 잦은 교체 등으로 부침이 심하다는 평가다. 성골 대우건설맨 박영식 전 사장이 지난 2016년 중반 퇴임한 이후 최근 2년 간 2차례 CEO(대표이사)의 교체가 있었다. 박영식 사장과 달리 이후 내정된 인물은 산업은행 낙하산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올해 초 사퇴한 송문선 부사장(사장대행)도 건설과 무관한 전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 부행장 출신이기도 했다. 

대우건설 낙하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13년 7월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한 조모씨가 당시 대우건설 사장(박영식)에 전화를 걸어 조씨를 부장급으로 취업시키라는 부탁했고, 이후 박 사장은 그를 대우건설 현장관리직에 채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대우건설은 부담 요인 가운데 하나다. 산업은행이 지난 2010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이 기업의 주가는 1만8000원이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 등으로 금융업계 ‘마이너스손’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분 투자 시 취득가액은  1조8278억53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은 151억24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호반건설과 M&A 작업이 실패한 만큼 당분간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재 중요한 점은 기업가치 재고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권 등 비중동권 지역에서의 실적 및 점진적 수주 확대 등은 호재로 작용한다. 유안타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회사 매각 실패로 신뢰에 대한 의구심 상존하나,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개발 사업의 점진적 구체화로 전반적인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쌍용건설과 함께 지난달 31일 총공사비 78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종합병원 WHC(조감도)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 이벤트가 있었다

해외원전 수주 가능성도 긍정적인 호재로 꼽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서 수주를 추진 중인 체코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의 시공협력사로 동시에 선정되는 등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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