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서울숲 조성 5000억원 기부 계획이 경북 포항지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축구장 85개 면적 규모의 서울 생태숲 공원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5000억원을 기부, 민관협력 방식으로 체험형 과학 전시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항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등 포항지역 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포스코의 서울숲 조성 5000억원 기부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서울숲 5000억원 창의마당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그 자금은 '1조원 벤처벨리 조성', '다시 튼튼해지는 포스코', '포항 유발지진피해 극복', '평화시대의 북한 철강산업 재건'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년 가까이 활력을 잃은 포항경제 회생의 기본조건은 포스코가 다시 튼튼해지는 것"이라며 "포항경제가 포스코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제조건도 반드시 '튼튼한 포스코'가 동반자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튼튼한 포스코가 있어야만 포항경제가 포스코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구조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포항지역 홀대론과 자금출처 등을 문제삼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맞바꾸며 들어선 제철소가 있는 포항이 아닌 '50년 은혜 갚기'의 이름으로 서울에다 5000억원 시설을 건립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예산은 물론 문화시설, 교육시설이 압도적으로 넘쳐나는 서울이기 때문이다.
자금 문제와 관련 "포스코의 5000억원은 누적된 부실경영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을 당시 유동성 안정을 위해 포스코특수강 등 계열사와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 등 알짜배기 부동산을 처분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라며 "포스코의 경영 안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합리적 기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경영진의 그릇된 지역협력 태도와 자신의 성공만 생각하는 지역 유력인사들의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포항 지진 당시 기부금을 포함해 포스코 경영진의 태도가 섭섭하고 실망스러웠다"며 "'서울숲 5000억원'을 거론하기 전에 포항 지진피해 극복을 위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를 뒤늦게라도 '진정한 기업시민'의 윤리적 실천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포스코가 서울처럼 포항에도 대규모 시설을 건립해줘야 한다는 유력 인사들의 발상과 발언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다시 튼튼한 포스코'로 가는 길에 재를 뿌리는 격일 뿐 아니라 호황시절에나 고려해 볼 수 있는 기념물 건립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포항 출신 여당 정치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19일 포스코 신규 투자와 관련 "구체적으로 포항 블루밸리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앞서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 지역위원장도 지역여론을 상기시키면서 "포스코 투자가 지역에 도움이 될 지 지켜볼 일"이라며 우회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공은 포스코로 넘어갔다.
선임 절차와 자질 문제를 딛고 출범한 '최정우호(號)'가 성난 여론을 어떻게 달랠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