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에 대해 영국 의회가 연이어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브렉시트 연기 없는 재협상 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며 기존 합의안에 따라 브렉시트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 영국 하원은 향후 브렉시트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표결을 실시했다.
앞서 이달 15일 영국 하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1일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와 함께 안전장치 관련 EU와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플랜 B를 결의안 형태로 의회에 제출했다.
이날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이날 7개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7개 수정안 중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안이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하원에서 통과됐다. 이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제출한 것으로 가장 관심을 모았다.
또 정부에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도록 하는 안도 찬성 318표, 반대 310표로 8표 차로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가 소위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대안을 추진하고 노딜 브렉시트는 피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날 하원에서는 합의안이 다음 달 말까지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면 탈퇴 시점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는 안과 노딜 브렉시트 방지를 위한 대안을 놓고 투표하자는 안, EU 잔류 지지가 많았던 스코틀랜드 지역은 브렉시트에서 제외하자는 안 등은 부결됐다.
하원 표결 후 메이 총리는 “의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밝혔다. 안전장치에 변화가 가해지고, 노동권 등에 대한 확약이 있다면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U와 회원국 일부는 영국 하원 표결 결과에 대해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영국 의회가 노딜을 피하려는 데 대해 환영한다. 탈퇴 협정은 EU로부터 영국의 순조로운 탈퇴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이며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전장치는 영국의 EU 탈퇴협정의 일부로 EU 탈퇴협정은 재협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에서 “탈퇴협정과 안전장치는 영국 정부와 27개 EU회원국 공동으로 채택됐다. EU는 재협상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브렉시트 재협상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열린 ‘2019 유럽연합 라운드테이블 기자간담회’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대사는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재협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EU의 27개 회원국은 대표 협상가와 함께 협상을 구체적으로 단결된 형태로 했다. 당시 우리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 합의안에 재협상은 없다. 핵심은 영국의 탈퇴, 협정의 존중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터러 대사는 “본부에서도 이 점을 계속 분석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영국 의회가 데드라인을 오는 2월 13일로 잡았고, 어떤 진전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