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지를 대상으로 자금대여 제한이나 단지별 기준을 제시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사업에 나서는 추진위원회와 조합측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정비업자의 자금대여를 제한하고 조합설립 이후 정비사업자를 재선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도시정비사업이 업자의 이권 선점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키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추진위나 조합원이 사업 초기 부족한 자금을 건설사나 정비업자로부터 대여해 업무·용역비용을 충당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 방침에 따라 자금을 빌리지 못한 정비사업자가 사업 시작부터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서울시도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발표하며 정부의 도정비사업 규제 강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계획안에는 사업자가 재건축·재개발 밑그림을 그리기 전 층수나 디자인 등 핵심 사안에 대해 단지별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분야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규제 강화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제도가 개선되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로비 등으로 부당하게 집행돼왔던 자금들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조합준비위원들 간 갈등이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앞서 당장에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들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업 주체인 조합원이나 재건축구성원들이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 큰돈을 부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도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사업서류도 내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실상 재건축 규제강화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우려를 넘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비사업에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조합원과 사업자 간 자체적으로 이뤄져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또다른 관계자도 “서울시가 용적률이나 경관 등을 컨트롤 한다는 얘긴 사업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며 “지자체에서 건축을 규제할 땐 지역지구별로 큰 틀에서 이뤄져야지, 지금처럼 단지별로 적용할 경우 단지별 특혜나 규제로 불합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