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1일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사무장 병원' 등 의료계의 오랜 병폐가 의사들에 의한 자정 작용으로 해소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평가제란, 의료인간 상호 모니터링을 의미한다. 즉, 지역 의료현장의 이해도가 높은 의료인이 타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 관리 기준을 어길 시 최대 의사 자격정지 처분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다.
양동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은 “의사 수가 13만명이 넘어 회원 수가 많아지면서 일부 회원의 일탈 행위로 선량한 회원들이 피해를 보는 실정”이라면서 “성형외과 대리 수술 등이 사회 문제화 되자, 정부는 법·제도 개선을 통한 의사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시행한 1차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서는 경기·울산·광주에서만 진행됐다. 감독하는 범위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만 시행하다 보니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회원들 간에 조심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양 단장은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대전·울산·전북 등 총 8개 시도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면서 “전체 회원 수의 2/3가 넘는 대규모다. 1차 시범사업에선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했지만 ▲의사 면허 결격사유 ▲품위손상행위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비도덕적 윤리 행위 ▲기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 등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계의 자체 관리 강화 의지를 대내외 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양 단장은 “적발과 처벌로 이어지는 것보다 예방-의료계 질 향상이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또다른 이유는 의협이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 단장은 “시범사업은 의협에서 면허관리기구를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면서 “외국에서는 전문가단체로 된 면허 관리국이 있어 3년에 한 번씩 갱신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의사가 동료 의사를 평가하면 쉽게 문제를 인지할 수 있고 일반인보다 접근도가 높고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복지부는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를 위한 사업이고 방향도 옳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자체 조사해 복지부에 일정 처분을 의뢰하면 이를 충분히 존중해 행정 처분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협의 의사면허관리기구에 대해서는 “법도 개정돼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 사례 등 검토할 사안이 많아 아직 이야기하기에 이르다”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잘 진행되고 확대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평가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자율 자정하자고 하지만 동료끼리 감시해 상호 불신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의사들을 옭아매는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이며, 의사가 못나서 자정하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 회원의 일탈' 때문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동료를 감시하는 일이 없지 않느냐”고 말해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