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지원사업, 병·의원-보건소 간 연계 미흡?

금연지원사업, 병·의원-보건소 간 연계 미흡?

감사원, '국가 금연지원사업 추진 실태'

기사승인 2019-05-16 02:00:00

정부의 '금연치료사업'과 관련해 운영 주체 간 연계가 미흡해 중복 처방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국가 금연지원사업 추진실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담배가격 인상 후 금연지원사업 규모는 날로 커져 2014년 7개 사업 228억원에서 2017년 13개 사업 2413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예산은 많아졌지만 금연 성공률은 감소하고 있다. 주요 국가 금연지원사업인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보면, 2017년 83만명이 사업에 참여해 21만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 성공률은 2015년 37.4%에서 점차 하락해 2017년 26%에 그쳤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우선 국가 금연지원 사업의 운영 주체 간 연계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금연서비스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각 보건소에서 사용 중이었다. 반면,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지원시스템’을 통해 병·의원에 적용되고 있었다. 동일 목적의 사업이 두개의 사업과 개별 운영시스템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중복 처방이다. 일례로 금연치료의약품인 ‘바레니클린’과 금연보조제 ‘니코틴 패치’는 중복 처방되고 있었다. 금연보조제는 인체에 니코틴을 보충해주는 방식이고, 금연치료의약품은 니코틴 공급 욕구를 차단하는 상반된 기전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임상진료 가이드’는 바레니클린과 니코틴 패치를 동시에 사용하면 두통·구토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안전성 및 금연 효과가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동시 처방을 금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금연치료의약품을 처방 시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동시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금연지원사업에 2회 이상 참여한 사람은 30만9595명의 중 6만6635명에게 중복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반복적으로 금연에 실패한 사람에 대한 관리도 부족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연보조제를 사용하고도 일정 횟수 이상 금연에 실패한 경우 금연치료의약품 요법으로 변경을 유도하는 등의 연계가 바람직했다는 것. 각 지역 금연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사업에 대해서도 금연에 수차례 실패한 참여자를 연계하도록 보건소 사업 지침에 반영하지 않았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자체적인 문제도 있었다. 금연클리닉 사업 참여자에게 1인당 연간 12주분(총 84장) 이내의 니코틴 패치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복지부는 니코틴패치를 지급할 때마다 금연서비스 통합정보시스템에 지급 수량을 기재해 12주 분량을 초과할 경우 더 입력되지 않도록 과다 지급을 방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선 보건소에서 시스템의 간단한 설정을 통해 지급 수량을 조정할 수 있었다. 결과,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202개 보건소에서 2168명에게 5만1871장의 니코틴 패치가 초과 지급됐다.

일선 보건소에서는 참가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어 니코틴 패치를 더 줬다고 밝혔다. A 보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12주까지 줄 수 있지만 조금 더 추가로 지급해달라고 해서 임의로 계정을 생성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B 보건소에서도 “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니 지급량을 조정할 수 있었다. 사업 참여자가 지급을 원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감사원의 결과에 복지부는 수긍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보건소의 금연클리닉과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의 운영시스템은 개인정보 문제로 연계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금연지원사업에 등록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아 중복을 막기 어렵다는 것.

이 관계자는 “우선 상담 시에 동시에 처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써놓고, 금연치료의약품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다면 같이 사용하지 말 것을 확인하도록 개선하겠다”면서 “두 시스템의 연계를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제3자 제공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 법 개정이 필요해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 시스템 개편 시 니코틴 패치 과다 지급하지 못하도록 변경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학교 흡연 예방사업관리 ▲오프라인 담배 마케팅 모니터링 결과 활용 등의 미흡 사항도 지적해 복지부에 통보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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