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 방안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임상제1강의실에서 열린 ‘재23회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교육’에서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 제도로 운영 중인 재심사제도(Post marketing surveillance, 이하 PMS)의 보완과 관련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PMS는 새로운 유형의 의약품이 허가 이후 일정 기간 사용한 이후 안전성·유효성·부작용 등 자료를 제출해야만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신약은 6년 동안 3000건 이상, 개량신약은 4년 동안 600건 이상 시판 후 조사를 해야 한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실제임상자료(Real World Data)를 활용해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며 “국내 도입 필요성 및 시급성을 검토해야 한다. 안전관리 기법의 과학적 타당도 개선과 효율성을 위한 RWD 등의 활용을 증대해 PMS 개정을 통한 규제적 허들 효과 억제로 국민건강증진 및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자 한국릴리 부사장은 PMS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부사장은 “PMS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자료로 국내 유병율, 실제 환자 수, 처방건수, 급여 청구액등을 제출할 수 있지만, 증례를 구하기 어려워 매번 조정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별로 동의서를 얻는 과정도 힘들고 공공의료기관 정책상 PMS에 참여할 수 없다고도 한다”면서 “소아 건선을 예로 든다면 1년에 30례 정도 수집할 수 있어 600례를 모으려면 20년이 걸린다. 최근에 RWD를 업계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가이드라인도 제출됐다. 구체화되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PMS 업무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숙향 아주대 약대 교수는 “RWD가 신약개발 초기단계인 타겟 발굴서부터 사후 약가 평가, 제도에 대한 평가까지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매우 높다”며 “3000례를 증례수로 한 것은 부작용 발병빈도를 유추해 나왔으리라 본다. 다만 부작용에 따라 증례수가 달라질 것. 업계에서 RWD를 활용한 분석이 추가되고 근거가 타당하면 조정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RWD가 키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송홍지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다보니 PMS를 거절했다”며 “RWD의 필요성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임상시험 결과는 유효성이 떨어지고 기간도 짧아 한계가 있다. PMS에 RWD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초빙교수는 “건강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구분된다”며 “100만명의 개인정보로 1000억원의 가치가 생겼을 때 그 이익을 개인에게 돌려주지 않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고 통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제 정보를 비식별화하게 되면 정보로서의 가치를 잃고, 비식별화가 되지 않으면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하다. 통계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수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병주 서울대 의대 교수는 플로어에서 “지난 1995년 자발적 부작용 신고가 되지 않고 있어 의약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PMS가 도입됐다”며 “IT 발전으로 전산시스템이 도입되고 임상시험도 많이 하는 상황에서 환자·연구자·제약회사 모두 괴롭히는 PMS가 왜 계속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