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올해 상반기 내내 대치 상황을 거듭하면서 저조한 입법 성과를 보였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급여와 수당이 전액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 급여가 국민혈세로 관리되는 만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경우 급여 삭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연합뉴스가 국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지급된 총급여는 834억2118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의 총급여는 188억6954만원이었다. 여야 국회의원 300명은 매달 각자 일반수당 675만1300원, 관리업무수당 60만7610원, 정액급식비 13만원, 정근수당 56만2608원(월평균), 명절휴가비 67만5130원(월평균) 등 총 872만6648만원을 받았다.
정근수당은 1월과 7월에 일반수당의 50%씩, 명절휴가비는 설과 추석에 일반수당의 60%씩을 지급하도록 책정된 돈이다.
국회의원들은 여기에 입법활동비로 매달 313만6천원을 추가로 받았다. 실제 법안을 발의하고 법안 심사에 참석했는지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활동비다.
아울러 임시국회가 소집된 와중에는 회기 중 1일 3만1천360원씩 특별활동비도 받았다. 임시국회가 열렸으나 가동되지는 않은 '개점휴업' 상황에서도 월 100만원에 가까운 별도 수당을 받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국회 인턴 포함)에게 지급된 총급여는 645억5천164만원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은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과 국회 인턴의 도움을 받아 의정활동을 한다.
보좌진의 월평균 급여는 4급이 664만1400원, 5급이 612만9290원, 6급이 425만8290원, 7급이 367만8610원, 8급이 322만4500원, 9급이 285만9360원 등이었다.
인턴의 경우 매달 기본급 174만5150원의 기본급과 연장근로수당, 매년 명절휴가비 104만7080원 등을 받는 것으로 기준이 돼 있다.
이에반해 올해 국회가 보여준 입법 성과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회 본회의를 통해 처리된 안건은 445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8건의 46% 수준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1∼5월 평균 2천564건에 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과 비교하면 평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17%)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 보호 3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사립학교법 등을 놓고 대립하던 2006년 1∼5월(368건) 이후 최악의 성적이기도 하다.
국회는 올해 1∼5월 사이에 2·3·4월 임시국회를 연달아 소집했으나, 3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해 400여건의 법안을 처리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입법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여야 협상에 따라 이견을 좁혀 극적으로 타결한 쟁점 법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법의 양과 질에서 말 그대로 '식물국회'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세 자릿수 안건 처리 실적을 낸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100건)가 유일했다. 국토교통위원회가 97건, 환경노동위원회가 63건, 교육위원회가 37건 등이었다.
반면 기획재정위원회는 4건, 여성가족위원회는 2건,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보위원회는 각 1건에 불과했다.
국회가 단 1건의 쟁점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난 5개월 동안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인건비로만 83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데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국회의원에게 일하는 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일하는 국회법' 제정에 대해 조사(6월 7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찬성이 80.8%, 반대가 10.9%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정례보고서에서 "우리도 국회법에 국회의원 회의 출석 의무를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경우 세비를 삭감하는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