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단지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을 두고 수요자들 사이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은 기존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분양방식을 전환하면서 평당 4000만원 수준까지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업체 측은 10년 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없던 점, 인근 시세 대비 비싸지 않다는 점 등을 내세워 적정 분양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갸우뚱했다.
본격 장마가 시작된 26일 후분양 단지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모델하우스와 현장을 방문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경기 과천 중앙동 37번지 일원에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등록사업자 2인의 연대보증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최초 후분양 단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후분양제, 3.3㎡당 4000만원 =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3.3㎡당 평균분양가는 3998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2017년 3313만원으로 선분양을 추진했지만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도입한 주택보증공사(HUG)가 승인해주지 않아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과천은 ‘고분양가 관리지역’, 이외 서울 전 지역은 ‘고분양가 우려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분양가가 높을 경우 HUG로부터 보증을 거절 받게 된다.
당시 분양보증을 받지 못한 대우건설은 보증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는 후분양으로 선회했다. 이 경우에는 착공 중에 중도금을 포함한 금액이 들어오는 선분양과 달리 준공 시점 혹은 분양 이후에도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면 건설사의 자금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분양대행사 엠비앤홀딩스 조가영 팀장은 “분양가가 비싸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주변 아파트값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더군다나 해당 아파트들은 이미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거주자뿐만 아니라 분당 판교 쪽에서 넘어 오려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또 인덕원. 평촌, 의왕 쪽에서도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현장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경기가 원체 좋지 않아 엄청난 열기는 기대되지 않지만 미분양은 나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대가 조금 나가긴 하는데, 10년 동안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만큼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자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물량 소진은 충분히 될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도 아닌데 너무 비싸" = 실제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단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래미안에코팰리스(2007년 4월 입주)의 전용면적 59㎡는 이달 9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5월과 6월 전용 84㎡가 층별 차이에 따라 12억4000만원, 11억7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과천푸르지오써밋 맞은편에 있는 과천주공5단지(1983년 12월 입주)는 전용면적 103㎡이 12억 중반대에서 13억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 블록 거리에 있는 래미안슈르(2008년 8월 입주)는 지난달 전용면적 59㎡가 9억원, 전용면적 84㎡가 10억8000만원, 9억5000만원에 팔렸다. 앞서 5월 일반분양에 들어간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단 과천자이(2021년 11월 입주예정)의 3.3㎡당 평균분양가는 3253만원으로 과천푸르지오써밋보다 745만원 낮게 책정됐다.
지역 주민들은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아무리 과천 일대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해도 비싸다”며 “평당 4000만원 수준의 분양가에다가 당연시 되는 발코니 확장까지 하면 값이 엄청 오른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도 아니고 강남까지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분양이 날 거 같다"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과천에 살고 있다는 한 지역주민은 “기존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돈을 보태서 이번에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 한다. 후분양이라 자금 마련 부담이 조금 있지만 구매 수요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면서도 “이번 분양가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분양제 메리트가...” = 앞서 건설업계는 후분양제의 장점으로 소비자가 주택 실물을 직접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것인 만큼 불완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주장해왔다. 후분양제는 통상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뒤 분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방문해 본 결과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공 관계자는 “시공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안전상의 이유로 직접 들어가서 살펴보는 건 불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현장은 시공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곤 해도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분양대행사 조가영 팀장은 “추후에 계약자에 한해서 입주자 사전 점검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은 갸우뚱했다. 후분양제로 인한 메리트를 딱히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수요자는 “후분양제라고 해서 기존 선분양제와 다른 점을 잘 모르겠다”며 “자금 마련 기간도 짧아지고 직접 아파트를 볼 수도 없는데, 오히려 분양가는 높아졌으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요자는 “아무리 개발호재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싼 거 같다”며 “책자에서는 좋은 자재를 썼다고 하는데 우리와 같이 일반 사람들은 알 수가 없지 않은가”라고 토로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