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가을과 언어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가을과 언어

기사승인 2019-10-21 12:51:57

가을이 깊어 간다. 계절이 좋으니,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또한 모기도 없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밤늦도록 책 읽기 좋은 때이다. 사실 우리는 책을 너무 많이 안 읽는다. 많은 독서로 얻어지는 고차원적인 언어의 질적 상승은 그 사람의 인품을 상승시킨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과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 사람의 지혜와 품위 있는 말에 감탄한다. 

그리고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눈빛과 입가에는 온화한 미소가 퍼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팔자 주름과 처진 볼 살은 자연스런 곡선을 이루어, 음악 미뉴엣(minuet)처럼 느껴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연설할 때는 강한 포르테처럼 청중을 고조시킨다.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글이 '이성'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언어가, 특히 글과 활자매체가 소외받고 있다. TV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이제는 지난 2000년간 누려왔던 지식 소통 수단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일상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사라졌다. 지하철 안에서도 독서하는 사람보단 스마트 폰에 집중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국 남자 대학생이 하루 책을 읽는 시간이 42분이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127분이라고 한다. 한국인 10명 중 셋(33,2%)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과 글자 대신 이미지와 동영상이 우선이다. 심각한 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글보다 시청각 이미지를 선호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무언가를 찾아볼 때, 네이버로 단어를 검색하기보다 유투브로 동영상을 찾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문자와 SNS에 길들여져 단문 중심으로 소통하고, 글이나 책은 읽기 어려워한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학생들조차도 신문기사 정도의 글을 읽는 것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다, 미래의 인간은 깊이 있는 생각에서 점점 멀어지고, 추론과 논리 능력도 퇴보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 점점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지 못할 것이다. 시대가 변해 우리가 쓰는 소통의 도구가 이미지와 동영상이 주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문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걱정이다.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는 곧 내가 갖고 있는 언어의 한계"라고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것이다. 시대가 변해 우리가 쓰는 소통의 도구가 이미지와 동영상이 주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문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걱정이다.. 언어가 끝나는 순간 우리의 생각도 멈춰 버릴까 걱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생각을 워딩하는 것이다. 지루하지 않고, 혼자 놀기에 즐겁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제는 하루 종일 그렇게 보냈다. 


가을 편지/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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