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트넘)은 생각보다 더 강하고 성숙한 선수였다.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극복했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즈베즈다와의 B조 4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활약에 토트넘 훗스퍼는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손흥민은 지난 4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의 리그 11차전에서 후반 34분 역습 중인 에버턴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시도했다. 손흥민의 태클에 걸린 고메스는 오리에와 충돌해 심각한 발목 골절 부상을 입었다.
손흥민은 부상을 입은 고메스를 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퇴장을 당한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도 라커룸에서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에게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소속팀 토트넘은 손흥민을 위해 상담 전문의를 붙일 예정이었다.
사고가 터진 3일 뒤 손흥민은 휴식 없이 곧바로 즈베즈다 원정길에 올랐다. 대다수 해외 매체들은 손흥민의 심리 상태에 의구심을 품으며 결장을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두 골을 넣어 통산 123골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차범근 전 감독이 가지고 있던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프로 의식을 보였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천천히 심리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으나 출전을 감행했다. 손흥민은 이날 누구보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슬럼프 위기를 극복했다.
또 손흥민은 후반 12분 자신의 첫 번째 득점 때 세레모니 대신 카메라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술 후 입원해 있는 고메스에게 사죄를 담은 행동이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영국 매체 B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상을 당한 고메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하지만 동료와 팬 등 많은 분의 격려를 받으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게 됐다. 나는 팀에 집중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만 한다. 그것이 나를 응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