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친일'은 잘못된 주장"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친일'은 잘못된 주장"

기사승인 2019-11-13 12:08:12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 여부와 애국가 존폐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의미 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안양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인문학연구 제26을 통해 안익태의 친일 주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규명하고 애국가는 통일 전까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대 안용환 석좌교수가 집필한 이 논문은 시대상황에 따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돼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안익태의 친일 논란을 불식시킬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안 교수는 논문에서 애국가 보존의 당위성과 정당성’ ‘애국가의 임시정부 법통 계승’ ‘역대 정부의 애국가 존속과정’ ‘안익태의 애국심등을 차근차근 밝혀내고 있다.

안양대 인문과학연구소는 근대사의 마지막 미완(未完)인 애국가 규명연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발행했다며 논문집 발간의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논란에 대한 학술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안 교수는 논문에서 먼저 2014년의 헌법개정안에 규정됐듯이 애국가태극기’ ‘국어와 같이 우리나라의 민족혼이자 근간이기에 함부로 존폐를 거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단순화시키면 역사의 왜곡이 일어나기 십상이기에 안익태에 대한 친일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평가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상해임시정부 때부터 공식 제창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안익태 곡 애국가는 우리나라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왔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김구 주석이 직접 한국 애국가라고 직접 쓰고 날인한 점 등을 들어 안익태의 애국가가 임시정부의 국가로 공인됐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제시절 광복군 장준하와 김준엽, 김문택 등이 안익태의 애국가를 우렁차게 불렀다는 기록과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그 애국가가 국가(國歌)로 자리잡는 과정에 어떤 단절성도 없었음을 강조한다.

안 교수는 또 이승만 정부 시절 국기와 국가를 새로 제정하는 것은 통일에 지장을 줘 분단을 영구히 할 우려가 있으므로 통일될 때까지 보류하기로 결의한 이후 모든 정부가 애국가 존속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정부가 애국가는 일본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과 영광과 수난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로 자리잡았다. 애국가가 법률로 공식 지정되지 않은 것은 결코 현행 애국가의 곡조나 가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음도 상기시킨다


그리고 안 교수는 안익태의 애국심을 여러 사례와 증언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입장식이 끝난 뒤 손기정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을 찾아가 얼싸안고 인사를 나눴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가슴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보고는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준비해간 애국가 악보를 펼쳐 보이면서 애국가를 힘차게 불렀다는 기록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안익태의 애국심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유럽에서 음악활동을 하던 중 일본이 자신의 이름을 에키타이(익태의 일본식 발음) 으로 표기하고 소개했지만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혔다는 언론보도 등도 알려주고 있다.

또 안익태가 일제의 강압 속에서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일제를 활용한 흔적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한국인으로서 한국환상곡의 작곡자임을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여러 문헌도 소개하고 있다.

안 교수의 논문에는 안익태의 나치 옹호에 대한 해명도 들어 있다. 안익태는 오로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 때문에 당대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사제의 연을 맺었을 뿐 정치적으로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식민지에서 태어나 유럽대륙에서 음악인으로 생존하기 위한 안익태의 운명은 조선의 운명과 다르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어쨌든 안 교수는 안익태는 친일·친나치가 아니다라는 주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안익태의 친일과 애국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친일 이광수가 쓴 2·8 독립선언서는 어찌할꼬” “친일 최남선이 쓴 3·1 독립선언서는 어찌할꼬” “일장기를 단 손기정의 올림픽 금메달은 어찌할꼬하는 반문을 내놓기도 한다.

한편 한국역사학자로서 애국가 작사자 도산 안창호에 대한 연구로 학계와 언론 등으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안 교수는 이번 안양대 인문학연구 제26집에도 그 내용을 일부 담았다.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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