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IMO 2020)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에너지 관련 글로벌 리서치 에너지 에스펙츠(Energy Aspects)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전 세계 해상연료유 수요 300만 배럴 중 저유황유(VLSFO) 점유율은 50%를 상회하고, 향후 200만B/D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저유황유가 배럴 당 80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하루 1억6000만달러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세계 모든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현재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관련 설비 신증설 등 저유황유 시장 선점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SK에너지는 1조원을 투자해 2017년 11월 건설에 돌입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 공사를 마치고 3월부터 일 4만 배럴에 달하는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설비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 저유황 중질유(Low Sulfur Fuel Oil), 선박용 경유(Marine Gas Oil) 등 고급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어 IMO2020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설비로 널리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최초 친환경 선박연료 브랜드 HYUNDAI STAR(가칭)를 출시했다. ‘STAR’(Supercritical Solvent extracted Treated Atmospheric Residue)는 단순정제설비에서 생산되는 잔사유에 초임계 용매(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춘 물질)를 사용하는 신기술을 적용, 아스팔텐과 같은 불순물을 완벽히 제거한 제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앞서 지난달 국내 최초 특허출원 등 독자적인 초저유황 선박연료 제조 기술을 선보인 바 있으며, 현재 대산공장 내 하루 최대 5만 배럴의 초저유황 선박연료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가동 중이다.
에쓰오일 역시 잔사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탈황설비(RHDS) 증설에 나섰다. 이 설비는 잔사유를 중질유 탈황공정(RHDS) 및 중질유 분해시설(HS-FCC)에 넣어 저유황유를 비롯해 올레핀 다운스트림 제품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 폴리프로필렌(PP)으로 전환한다. 현재 RHDS의 잔사유 처리량은 하루 6만3000배럴 규모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국내 최대 규모인 27만4000배럴의 고도화처리 능력을 갖췄다. 회사는 여수공장에서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고부가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IMO의 선박 연료 황함량 규제가 본격화돼 선박용 경유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선제적으로 고도화 설비에 투자한 이상 정제마진 개선 등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