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코발트의 주요 생산지인 아프리카에서 광물 채굴과 생산 과정에서 아동 착취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LG화학은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한 연합)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이번에 가입한 RMI는 지난 2008년에 설립됐다. 4대 분쟁 광물(분쟁지역에서 채굴되는 금·주석·탄탈륨·텅스텐)을 비롯해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원산지 추적 조사 및 생산업체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인증 등을 실시하는 글로벌 협의체다. 폭스바겐·르노·애플 등 글로벌 자동차 및 IT기업 380여곳이 회원사로 가입한 상황이다.
금번 가입으로 회사는 RMI가 확보하고 있는 코발트 등 고위험광물(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 인권과 환경 문제 이슈를 가지고 있는 광물)의 원산지 및 제련소 등 공급망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협의체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과 관련한 사회·환경적 이슈 해결을 위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LG화학은 앞서 올해 초에는 코발트 공급망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국 IBM·포드·중국 화유코발트·영국 RCS글로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도입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전세계 배터리 원재료 협력회사 대상으로‘지속가능경영’평가항목을 도입해 정기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회사는 올해 RMI 가입을 필두로 공급망 정보 체계 및 공조 시스템을 통해 자체 공급망 실사 및 협력업체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달려 있다”며 “환경 및 인권을 고려한 투명한 공급망은 LG화학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회사인 스위스의 글렌코어(Glencore)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코발트 약 3만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매해 제3의 기관으로부터 코발트 생산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기로 합의했다.
이는 광물 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의 ‘코발트 정제 공급망 실사 표준(Cobalt refinery supply chain due diligence standard)’에 따른 것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 수요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배터리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며, “광물 구매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17년 업계 최초로 ‘책임 있는 코발트 공급망에 관한 경과보고서’를 발표하고, 공급망 실사 현황을 매년 공개적으로 보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코발트 원산지 6개국을 파악하고, 자사 제품에 투입된 코발트를 가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21곳의 제련소의 명단도 공개했다. 같은 해 12월 앰네스티는 삼성SDI의 조치와 관련해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발트의 세계 최대 매장지인 콩고의 수공업 채광량은 현재 2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수많은 노동 착취와 환경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배터리 산업이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모든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광물의 공급망 관리는 배터리 산업을 리딩하는 국내 업체에 꼭 필요한 자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