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앞으로 통합당은 ‘구적폐’, 민주당은 ‘현적폐’라 부르는 게 어떨까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7일에는 “현 적폐여, 청산의 칼을 내부로 돌리라”라며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먼저 586 적폐부터 청산해야 합니다. 구적폐는 대부분 청산됐습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감옥으로 보내졌고, 양승태를 비롯한 사법농단 세력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원 여론조작과 쿠데타 문건 사건 관련자들도 다 기소되어, 책임질 사람들은 이미 처벌을 받았습니다. 우병우는 처벌을 받았고, 옛날 검찰인사들은 오래 전에 옷 벗고 검찰을 떠난 상태입니다. 현 윤석열 총장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대쪽검사라고 자기들이 임명한 인물입니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적폐사건은 거의 모두 민주당과 그쪽 계열 인사들이 연루된 것들입니다. VIK, 신라젠, 라임펀드, 태양광 사업, 미소들 병원 등 모락모락 냄새를 풍기며 구설에 올랐거나 오르고 있는 사건들도 모두 민주당 쪽 인사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현 적폐세력은 여전히 자신들을 ‘적폐청산’의 주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청산의 주체가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죠. 이 모든 비리보다 더 큰 적폐는 내가 ‘오인’이라 부르는 이 착각인지도 모릅니다”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그 오인에서 자신들은 ‘선한 세력’, 반대자는 ‘악한 세력’으로 몰아 배제, 척결, 섬멸하려는 습속이 나오는 겁니다. 그들의 영웅 노대통령이 ‘적폐’라 불렀던 바로 그 행태죠. 우희종 교수가 ‘친일에서 종미로 변신해 온 집단을 정리’하겠다죠? 이제 척결할 적이 남아 있지 않으니,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근데 ‘친일에서 종미로 변신해온’ 이들은 이미 다 죽었습니다.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도 지금 75세. 산 적폐가 없으니, 이제 죽은 적이라도 무덤에서 다시 꺼내야 하는 거죠”라며 “운동권의 이 낡은 군사주의, 편협한 민족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입니다. 디지털시대의 한국정치를 졸지에 1940년대 해방전후사 시절로 되돌리는 퇴행만 초래하거든요. 지난번 총선을 생각해 보세요. ‘21대 총선은 한일전이다.’ 세상에, 이게 공당의 포스터에 사용된 구호였습니다. 아마 저들은 저게 뭐가 잘못인지조차 모를 겁니다. 자기들은 숭고한 독립운동,구국운동 한다고 착각하겠죠. 식민지시절에 태어났으면 총독부 충견으로 일제에 아부나 했을 어용들이...”라며 재차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586 현(現)적폐세력의 청산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조국 전장관이 얼마 전에 트위터에 그림을 한 장 올렸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다음 걸음은 ‘전관예우철폐’와 '언론개혁'이라고 하구요. 이중 언론개혁은 이미 완수됐죠. MBC는 국영방송이 됐고, 어용매체와 어용기자가 도처에서 설쳐대고, 방심위에선 마음에 안 드는 방송 징계 때리고, 지지자들은 비판적 기사 쓰는 기자들 ‘양념’치고, 그것도 모자라 백주대낮에 테러까지 하고 있다”며 “더 흥미로운 것은 ‘전관예우’. 얼마 전 성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죠? 거기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분도 ‘전관’을 쓰신 모양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가 "전관예우 변호사를 선임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에게선 사과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오거돈 시장,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민주당 소속이죠? 그러니 이제라도 척결해야 할 적폐는 자기들 자신임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6일 진 전 교수는 “우희종 교수님. 통합당이 적폐세력이라구요? 아니죠. 그들은 적폐세력이었죠. 하지만 지난 3년간은 폐를 쌓고 싶어도 쌓을 수가 없었답니다. 왜? 권력이 없어서. 폐도 아무나 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권력이 있어야 쌓는 거지. 통합당은 지금 폐를 쌓을 주제가 못 돼요. 현재 적폐세력은 민주당입니다. 자, 지난 3년 동안 드러난 적폐가 누구 작품인지 볼까요? 여론조작(김경수), 뇌물수수(유재수), 투기의혹(손혜원), 입시부정(조국), 허위인턴증명(최강욱), 감찰무마(조국), 환경부 블랙리스트(김민경, 신미숙), 성추행(안희정, 정봉주, 민병두, 오거돈), 선거개입(청와대 부서 전체), 국고 삥땅(백원우, 윤건영) 등등. 지금 구설에 오른 윤미향을 빼도 이 정도입니다. 지난 몇 년간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어지러운 적폐사건의 주역들은 모두 민주당 혹은 그쪽 사람들이었습니다. 남은 2년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건이 터져나올까요? 교수님이 척결하셔야 할 적폐세력은 지금 죄다 민주당에 다 모여 있는데,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적폐도 격세유전 되나 보죠? 유시민씨가 경고했죠? 전두엽은 소중합니다. 잘 관리하세요”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황당하죠? 이 분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개혁세력이라 착각하고 있나 봐요. 참 재미있죠? 이게 이른바 ‘오인’(méconnaissance)이라는 현상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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