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역 농협의 사유화 우려에 대해 “장기집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 농협의 사유화가 우려된다’라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이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에 최인호 의원은 이성희 회장의 이같은 답변에 “겨우 이런 식의 답변밖에 하지 못하나”라며 “지역 농협장들이 투표권이 있기에 너무 의식은 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조치하겠다고 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회장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최인호 국회의원이 농협 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18개 지역 농축협 중 462곳(41.3%)이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운영 중이고, 이 가운데 75곳(16.2%)가 4선 이상의 비상임조합장이 재직하고 있었다.
선수별로 보면 10선(37년) 1명, 9선(33년) 3명, 6선(21년) 11명, 5선(17년) 18명, 4선(13년) 42명 등이었다.
지역농협은 상임조합장,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구분되는데, 농협법에 따라 조합장의 연임은 2회(3선)로 제한되지만, 예외규정을 통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지역농협의 자산규모가 1500억원 이상이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가능하다.
그러나 현직 조합장들의 영구집권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선의 비상임조합장들은 연봉도 많이 받았다. 1억5000만원을 초과해 고액 연봉을 책정한 5선 이상 비상임 조합장은 전체 32명 중 9명(28.1%)이었다. 이는 전체 비상임 조합장 중 1억 5000만원 초과한 조합장의 비율 5.1%보다 무려 23%p 높은 수치였다.
장기재직 비상임 조합장을 둔 지역농협에서 친인척 채용 비리, 일감몰아주기 등 비위 의혹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10선의 지역조합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친인척 요직에 임용하고, 부인과 처남이 임직원으로 있던 업체가 지역 하나로마트에 용역인력 공급하는 등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또 9선의 조합장이 있는 지역농협은 2012년부터 지역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16개의 불법 저온저장고를 설치해 무단 점유하고 있었지만, 관리소와 지자체 측에서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는 등 일종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최인호 의원은 “비상임조합장 제도가 취지와는 무색하게 장기집권화, 토착세력화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비상임조합장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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