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샤우팅] 한방 미용성형과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 걱정스럽다

[환자샤우팅] 한방 미용성형과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 걱정스럽다

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0-10-29 14:02:18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한방 의료광고가 부쩍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의료광고는 주로 의료기관에서 해왔기 때문에 기존에 익숙했던 내용과 다른 한방 의료광고는 눈에 쏙 들어올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려본 사람 중 상당수는 그동안 비급여였던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된다는 사실을 시내버스 외부에 크게 게시된 의료광고를 통해 알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광고의 정보 전달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마치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와 환자를 현혹하는 의료광고다. 한방 의료광고의 내용을 보면 그런 치료나 시술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대표 격이 한방 미용성형 의료광고와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다.

한방 미용성형 의료광고와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는 자칫 한의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예뻐지고 싶은 심정을 자극하는 한방 미용성형 의료광고도 문제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는 말기 암환자 대상의 의료광고는 불법성 논란을 넘어 의료윤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 치료받는 응급 중증 환자들의 진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수의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입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이유 중 하나에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사범사업’ 철회도 포함되어 있다.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올해 11월부터 시행 예정인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사범사업’ 대상인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3개 질환이 건강보험 적용을 할 정도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범사업 대상으로 30여개 질환이 논의 되었으나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동안 안전성과 효과성 관련 임상적 근거가 적어도 수십여 개씩 있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3개 질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의사협회는 임상시험 1상, 2상, 3상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이 3개 질환 관련 임상적 근거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약사회도 첩약의 임상적 검증 부족을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화 사범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그동안 한의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첩약의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을 위해 수천억원을 R&D로 투입했다. 그 결과 첩약 관련해 엄청난 규모의 임상적 근거가 만들어졌으나 의사협회, 약사회 등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에서는 이러한 임상적 근거의 신뢰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미용성형이나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를 쏟아내고, 이로 인한 피해자들이 늘어난다면 결국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불법․과장 한방 미용성형이나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는 한방치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가중시켜 올해 11월부터 추진되는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한의사협회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신청한 의료광고를 심의할 뿐만 아니라고 불법·과장 의료광고를 모니터링해서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의광고심의위원회’의 운영 주체다. 따라서 한의사협회는 한의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와 환자의 신뢰를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방 미용성형과 말기 암환자 대상 의료광고에 대한 강도 높은 자율 정화와 규제를 해야 한다.
 
안기종

현재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로 활동하는 환자운동가이다. [환자샤우팅]은 안기종 대표가 환자들의 생생한 의료현장 이야기와 목소리를 전달하는 칼럼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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