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JAL 파산으로 본 채권단 딜레마…표류하는 아시아나항공

[알경] JAL 파산으로 본 채권단 딜레마…표류하는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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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1-14 06:12:01
▲ JAL.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종영한 일본의 인기 TV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2(속편)’는 과거 일본의 적자의 늪에 빠진 제국항공의 재건을 위해 분투하는 은행원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일본 내 거대한 정치경제 스캔들인 ‘JAL(일본항공) 파산과 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게 됩니다. 

JAL은 전후(戰後) 번성했던 일본 경제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버블 시대 당시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린 항공사입니다. JAL은 국가기반산업 중 하나였다가 2000년 초 민영화를 이뤄내지만 이는 지분 상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고, 여전히 공기업과 다를 바 없는 구태와 관료주의가 팽배했습니다. 이 기업은 결국 2010년 ‘사전조정 파산’을 선언하고, 법적 처리 절차를 밟은 뒤 상장 폐지돼 버립니다. 결국 뼈를 깎는 구조조정 통해 재건에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들이 길거리에 내몰립니다. 

▲ 자료=키움증권

최근 매각 실패로 표류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서 JAL의 데자뷰가 떠오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대한민국 양대 항공사로 불리지만 불안한 재무구조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JAL의 부실 원인은 다릅니다.  JAL은 공기업과 같은 관료주의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졌다면,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모기업 금호산업의 실패한 M&A(대우건설 인수) 여파가 원인으로 볼 수 있죠. 다만 막대한 부채급증과 자본잠식, 적자쇼크까지 재무적 상황은 유사합니다. 얼마 전까지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논의가 있었지만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죠. 

때문에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죠.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일부 자본잠식 상태(자본총계가 자본금 보다 적은 상황)이면서 자본유보율도 마이너스(-) 13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본유보율은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재무구조가 허약하다는 것이죠. 또한 이자발생부채도 8조7150억원으로 전년동기(5조9147억원) 대비 3조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이자발생부채가 급증하면 부채 상환도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채권단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그리고 시중은행은 NH농협은행 등이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올해 2분기 기준)에 단기차입금 1조2940억원, 장기차입금 960억원을 갖고 있고, 시중은행인 NH농협은행은 단기차입금 82억원, 장기차입금 425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액수만 놓고 본다면 크지 않지만 상환이 녹록치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실패 이후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로 이마저도 하락한다면 투기등급으로 강등됩니다. 

▲ 아시아나항공.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한 다양한 플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거론되는 것이 바로 ‘JAL 재건’ 사례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국토교통성)는 JAL의 주요 채권단에게 JAL의 채무를 탕감하라고 지시합니다. 결국 채권단은 금융채무 5200억엔(5조8500억원)을 탕감했고 3600억엔(4조원)의 대출해 운영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수조원의 자금을 상환받지 못한 채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것이죠.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원의 30%가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두 기업이 인수합병할 경우에는 사실상 독점을 방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시장의 반응도 부정적입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2대주주인 KCGI(강성부펀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설에 대해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인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대한항공의 경영진들도 JAL 재건의 주역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과 같은 걸출한 인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아메바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 통해 JAL 회생시킨 경영자입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영진이 이나모리 회장과 같은 경영철학을 가진 인물도 아닙니다. 

국유화 방안도 쉽지 않습니다.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 처럼 국유화(정부 지분 20%) 사례도 있지만 JAL처럼 공기업식 경영행태가 파산으로 내몰린 일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무상감자와 함께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날개는 꺾인 상태라고 볼 수 있죠.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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