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며 최소물품 무상공급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푸드마켓에 이른바 ‘장발장 코너’를 만들어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여론은 싸늘하다.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장발장’이라 칭하는 것이 도둑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도민들의 삶을 처참하게 만들었다”며 “굶주림으로 빵을 훔칠 수밖에 없는 장발장이 지금 우리 이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생계형 범죄는 40만4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늘었고, 특히 재산범죄와 고령층의 재산범죄는 각각 11%씩 증가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사회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경기도는 생계 위기에 처한 분들의 먹거리 제공 등 긴급구호를 위해 푸드마켓에 장발장 코너를 만들어 필요한 최소물품들을 무상공급하려고 한다”며 “생존을 위해 범죄를 선택하는 절박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경찰에도 경미한 생계형 범죄로 훈방 조치된 위기 도민·가구 발굴을 공식 의뢰했다”고 밝혔다.
시민에게 생계형 범죄를 예방할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는 게 이야기의 골자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명칭에 장발장이 들어가는 것을 두고 가난한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장발장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이다. 굶주리는 가족들을 위해 빵을 훔친 장발장은 이로 인해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한 네티즌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장발장이라 이름 붙이는 것은 그 사람을 도둑이라 간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역시 “좀도둑을 생각나게 하는 네이밍 자체가 잘못”이라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생계 위기 도민을 돕는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장발장코너를 당당히 이용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면서 “가난을 증명하지 않도록 선별 지원해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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