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코로나로 앞당겨진 미래,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은 “고객과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일류의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핀테크·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시대를 맞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넘버원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 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빅테크 기반의 개인화 고객관리 체계를 구축해 고객에 가장 사랑받는 금융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빅테크 업체의 금융권 공세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며 “하나금융이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고객이 머물고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비은행부문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함께 디지털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금융업은 사람과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최첨단 산업”이라며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적인 농협금융도 디지털금융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금융 혁신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선도 금융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과 제휴도 확대해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을 활용한 상생하는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사업영역도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핀테크금융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즉 기존 은행의 질서도 빅테크금융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 경쟁에서 지면 금융상품의 단순 제조자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도 국내 은행의 경영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채널 경쟁으로 고객이 이탈할 우려도 있다”면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자사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의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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