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만 해도 한 세기에 가까운 시중은행들이 이젠 플랫폼으로 기반한 디지털 금융에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기존 금융권도 최근에는 플랫폼과 함께 협업하고나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하면서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빅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갈수록 커질 경우 여전히 사업 영역과 관련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 금융그룹의 올해 경영 전략은 ‘디지털 금융’ 강화를 방점에 두고 있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빅테크금융의 플랫폼 전략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잘 나타난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빅테크 업체의 금융권 공세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며 “하나금융이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고객이 머물고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지금의 금융업은 사람과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최첨단 산업”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기존 은행들은 글로벌 경영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충격과 빅테크 금융업의 급격한 성장이 함께 맞물리면서 플랫폼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에서도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시장지배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기존 은행에 대한 직접적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빅테크 기업은 기존의 지급결제를 시작으로 대출, 자산관리 등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우선적으로 진출한 지급결제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일부로 제공하고 있으며 대출은 은행보다 우월한 고객정보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 및 디지털 인프라 활용을 통해 저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둔 빅테크 기업은 수년 간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커졌고, 네이버페이의 결제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조2009억원으로 5년 전 거래액(9935억원) 대비 약 10배 이상 성장했다. 네이버는 직접 금융업(카카오뱅크) 보다는 기존 금융사와 협업하는 우회 전략을 통해 자금관리 및 대출시장까지 진출했다.
기존 은행도 이제는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플랫폼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은행이 다양한 플랫폼 기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즉 은행도 기존의 금융업 외에도 모바일을 통한 쇼핑, 배달 서비스와 같은 생활플랫폼 영역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만약 시중은행의 플랫폼 사업이 현실화되면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주문, 쇼핑도 가능해진다.
또한 빅테크 기업과 상생하는 방안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우리은행, BNK, DGB대구은행 등 기존 은행들은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출 한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 가능한 한도와 금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은행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함께 디지털뱅크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반발한 적이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기존 은행과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는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데 반해, 빅테크 기업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 라이센스가 없이 통장 개설과 결제까지 가능하기에 금융당국의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기존 금융업계는 네이버가 모바일과 포털을 통해 결제서비스, 은행과 보험업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 혹은 빅테크업계에서는 사업의 방향 자체가 다르기에 역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금융업계가 지적하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는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예를들어 결제시스템도 빅테크의 경우 선불 기능으로 진행되지만 기존 금융회사는 후불 결제로 사실상 여신기능을 갖고 있다”며 “얼핏 기존 금융사와 유사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능과 서비스의 특징은 차이점이 있기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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