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키웠다”…카카오뱅크 성장에 딜레마 빠진 금융지주

“호랑이 키웠다”…카카오뱅크 성장에 딜레마 빠진 금융지주

기사승인 2021-02-02 05:02:01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최대 9조원 이상으로 책정되면서 이 기업에 출자(지분투자)했던 기업들도 ‘잿팟’을 터트리게 됐다. 이 가운데 KB금융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상장 주관(KB증권)과 지분투자(국민은행 10% 출자)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시중은행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의 성장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카카오뱅크, 토스 등 인터넷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채용 문을 열어놔 인력 이탈도 딜레마다. 


◇ 올 하반기 IPO 초대어 카카오뱅크, 한투·국민銀 지분투자 금융사 수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상장 시 기존 금융지주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기업가치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모든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더 큰 부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중국의 텐센트(혹은 알리바바)가 온라인 플랫폼과 금융의 결합에 따른 파괴력을 이미 보여준 만큼, 테크핀들의 금융업 진출 시도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평가하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4조8000억원에서 10조원(상장 시 시가총액) 수준이다. 또한 현재 장외주식에서 거래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약 7만1000원(1월 27일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가총액은 28조9434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 성장으로 이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던 금융사들도 수혜를 받고 있다. 특히 상장 이후 엑시트(차익 후 매각)할 경우 높은 평가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카카오뱅크에 초기투자(100억원)와 유상증자(1700억원)를 통해 9.8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IPO 이후 9조원에 가까운 시총을 기록할 경우 약 5배에 이익(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 시중은행 위협하는 테크핀, 카카오뱅크 점유율 가속화 ‘딜레마’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에 자본을 출자한 것은 투자 관점에서는 ‘신의한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위협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모바일앱은 국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했다. 또한 NIM(순이자마진) 수익도 상승세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9.5% 증가한 1079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이 감소한 시중은행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가 갖고 있는 플랫폼 가치는 은행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페이와 연동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잠식이 지속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시장 잠식은 혁신적인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 플랫폼 업체의 은행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플랫폼을 갖춘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은 시중은행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에서는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면서 핀테크 기업 보다 기존 은행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력 이탈도 딜레마다. 특히 기존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관련 인력들이 빅테크 혹은 테크핀 기업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취업포털사이트(총 1045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은행 1위는 카카오뱅크(27.5%)로 2위의 KB국민은행(17.7%) 보다 더 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핀 기업들의 파격적인 인재 영입도 기존 은행의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인재 확보를 위해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 스톡옵션 1억원을 내세우기도 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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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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