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해 카드업계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보다 마케팅이나 판촉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는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 등으로 인해 이같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7.6% 증가한 1조9917억원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서는 이같은 호실적의 주 요인은 ‘비용절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재를 불러왔지만, 이벤트·판촉·판매관리비 예산 절감을 통해 실적개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카드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19.2%(977억원) 늘어난 6065억원을 시현했다. 이 중 순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인 516억원이 판매관리비를 줄여서 발생한 이익으로 집계됐다.
삼성카드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전체 매출은 2.2% 정도만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15.6% 증가한 3988억원으로 나타났고,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2.6% 증가한 324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74.4% 증가한 1545억원을 시현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눈부신 실적개선을 이뤄낸 카드업계지만, 2021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카드업계는 올해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를 앞두고 있는데, 카드업계의 호실적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명분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은 ‘불황형 흑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업체간 이벤트 경쟁도 없었던데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 판촉을 위한 카드 모집인도 줄여가면서 얻어낸 실적인데, 수수료 인하까지 진행될 경우 더 이상의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수수료 수익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를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늘리면서 전체 가맹점의 84%였던 우대가맹점을 96%까지 확대되는 ‘신 가맹점 수수료율’이 산정된 이후 2019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대비 2398억원 감소했으며, 지난해 상반기 역시 전년 대비 945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의 주요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호실적은 ‘풍요 속의 빈곤’인 셈이다.
현재 정치권에는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액에 대해서는 카드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고, 전통시장 내 가맹점의 경우 매출규모와 관계없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금융전문업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라는 것은 법정최고금리와 마찬가지로 한 번 인하되고 나면 다시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마케팅 비용 절감, 카드모집인 감소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호실적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근거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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