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상호금융조합원들의 자금이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로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상호금융이 제각기 다른 주무부처의 소관이다 보니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보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거듭 성장하는 상호금융…이면에는 ‘비조합원’ 대출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단위농협을 비롯해 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387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전년동기 대비 약 39조원 증가한 수치로, 대출 증가율은 10%에 가깝다.
상호금융의 대출규모 증가의 뒷배경에는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불과 1년 만에 30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상호금융의 전체 대출 잔액의 약 79% 이상이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로 늘어난 셈이다.
금감원이 집계한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은 ▲토지 ▲상가 건물 ▲기계 등 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 담보 대출이 포함된다. 이 중 상가 건물의 경우 시중은행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70%까지 인정해주기 때문에 시중은행서도 상가 매입을 위한 대출이 용이한 편이다. 따라서 상호금융 내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은 대부분 토지 대출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문제는 상호금융의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 조합원들이 아닌 ‘비조합원’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금융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협을 살펴보면 전체 대출 가운데 조합원의 몫은 28.6%에 불과하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주소지만 지역에 있으면 소액을 내고 가입하는 준조합원(31.5%)과 외지인인 비조합원(39.9%)의 비중이 훨씬 큰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상호금융의 느슨한 규제가 비조합원의 대출 폭증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호금융조합은 일반 금융사들과 달리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규제가 제각기 적용되는 등 상대적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가 느슨하다”며 “규제의 사각지대 속 부동산 투기꾼들의 자금 확보 용도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사각지대’ 상호금융…금융당국 점검 나선다
실제로 상호금융의 감독 주무부처는 개별적으로 쪼개져 있고 부처마다 다른 법과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신협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수협은 해양수산부 관할이며,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맡고 있다.
부처가 다른 만큼 적용되는 규제도 제각각인데다가 관리감독 부서도 복잡하게 나눠져있다. 현재 각 부처마다 농업협동조합법(농·축협)을 비롯해 ▲신협법(신협) ▲새마을금고법(새마을금고)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 ▲산림조합법(산림조합) 등 저마다 상호금융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감독기관의 경우 농협·수협은 농식품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포괄적 감독을 한다.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장관에게 감독권을 가지고 있고,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해선 금융위와 협의를 진행한다. 오직 신협만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감독과 포괄적 감독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상호금융은 분산된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에다가 부동산 규제마저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실제 상호금융권의 비주담대 LTV는 40∼70%로 시중은행(토지 60%)보다 비교적 여유롭다. 또한 시중은행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내로 관리하는 반면, 상호금융은 2021년 말까지 평균 DSR을 150%로만 맞추면 되다 보니 대출 문턱이 시중은행보다 크게 낮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달 중 발표하는 가계 부채 관리 방안에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토지 부분의 규제 필요성에 대해 한 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서면으로 자료를 받아 지역별·유형별 대출 규모 등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현장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추려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