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가 커져가고 있는 저축은행업권에서 대표이사(CEO)들의 연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연임을 이끌어가는 반면, 실적악화를 피하지 못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변화’를 선택하면서 CEO를 교체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주주총회가 잇달아 이어지는 가운데 저축은행업권에서 CEO들의 연임여부가 연이어 결정되고 있다.
가장 먼저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진구, 정진문 대표이사를 최고경영자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인가를 마치면 두 대표이사는 오는 2022년까지 SBI저축은행을 이끌게 된다.
임진구, 정진문 대표이사 체제 아래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권 1위 자리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에는 연간 당기순이익이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해당 수치는 두 대표이사가 취임했던 2016년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인 740억원 대비 무려 3.5배 이상 증가했다.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도 각각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박윤호 대표와 최성욱 대표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두 저축은행 모두 박 대표와 최 대표 체제 하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327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전년동기 대비 38.1% 증가한 실적을 거뒀으며, JT저축은행의 경우 같은기간 15.1% 증가한 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와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도 지난해 각각 2년과 3년의 재임에 성공하면서 올해도 회사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업계 순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호실적을 거두면서 CEO들의 연임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실적 부진이 잇따르면서 CEO들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로 중소형 저축은행 중 최근 CEO 교체를 단행한 곳으로는 ES저축은행을 비롯해 ▲더케이저축은행 ▲에스앤티저축은행 ▲DB저축은행 등이 있다. 가장 먼저 ES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1월21일 이경희 대표를 신규 선임했으며, 더케이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가선노 대표를 새롭게 선임했다.
이외에도 에스앤티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김형섭 대표를, DB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윤재인 대표를 각각 신규 선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저축은행 업권의 대표이사 연임의 온도차가 극명한 이유는 ‘양극화’가 꼽히고 있다. 대출수요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중금리대출 보급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반면,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한 중소형사들의 경우 지역경제 침체와 함께 대출수요 감소가 장기화됨에 따라 실적이 악화됐다. 여기에 더해 실적 부진으로 디지털 전환 과정이 느려지면서 수도권·대형 저축은행과의 실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상위 10개사의 순이익 합은 5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계 79개사 전체의 실적(1조203억원)에서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전년(50.86%)대비 7.31%p나 상승한 셈이다. 또한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 역시 48.22%에서 49.86%로 1.63%p 증가하면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상황 유지를 위한 대표이사 연임을 선택하는 모양새”라며 “반면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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