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오케스트라의 少女(One Hundred Men And A Girl, 1937)’와 화(和)의 경영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오케스트라의 少女(One Hundred Men And A Girl, 1937)’와 화(和)의 경영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4-21 22:38:0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오케스트라의 少女(One Hundred Men And A Girl, 1937)>는, 당시 16세의 소녀 ‘디아나 다빈’(<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37)>의 주인공 ‘셜리 탬플’과 함께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며, LG에서 1947년 출시한 화장품 ‘동동구리무 럭키크림’의 갈색 용기 표면에 그녀의 얼굴이 인쇄될 정도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의 좌충우돌하는 씩씩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귀여운 모습과 뛰어난 노래 솜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기절정이었던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눈부신 은발과 조각 같은 얼굴의 젊은 모습)가 영화에 직접 출연하여 특유의 ‘맨손 지휘법’으로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영화이다.

또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비롯하여, 차이코브스키의 ‘2 심포니’, 모차르트의 ‘알렐루야,’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 등의 주옥같은 명곡이 스토코프스키 자신이 직접 편곡하여 지휘하였고, ‘자유로운 마음’ ‘햇살이 비치네’ 등의 곡들이 불려진 이 영화는, 1937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에서는 파트리시아(디아나 다빈)의 노력과 순수함으로 대 지휘자 스토코프스키의 마음을 움직여 실직자들로 구성된 보잘 것 없던 오케스트라가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명품 오케스트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합창단원 외에도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수백 명의 단원들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에서 개개인으로 보자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들이고 악기마다 소리도 다르지만, 모두가 한 사람의 지휘에 따라 연주하며 하나의 화(和, harmony)를 이루어낸다.


화(和)는 ‘입(口)으로 하는 말이 벼(禾) 비벼대는 소리처럼 온화하게 조화(調和)롭다’는 뜻이다. ‘和’는 올바른 마음[公心]으로 친밀함을 형성하고, 올바름[義]에 따라 친밀함을 유지하며, 그 집단의 친밀함의 성격은 다름을 받아들여 다양성과 보편성이 조화를 이룬 ‘泰’의 상태가 된다. 우리 민족의 경우 예로부터 운명공동체로서 고난과 기쁨을 같이 함으로써, 남달리 강한 공동체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서로 돕고 위하고 사랑하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뿌리박히게 되었다. 즉, 마을의 두레(작업 공동체), 품앗이(노동력의 호혜적 증답관계(贈答關係)), 동제(洞祭,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의례), 향약(鄕約, 상호 이익을 함께 도모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약속), 계(契, 지역적․혈연적 상호협동으로 조직된 공동사회적 조직)를 통하여 잘 표현되었다.

영화에서도 실직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파트리시아의 노력에 의하여, ‘너와 나’[집단] 속에서 ‘자기’[서로 다름을 인식]가 의식하고 경험하는, 즉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의식과 ‘함께 사는 마당’[화] 안에서 뜻과 보람을 추구하게 된다. 남들과 나와는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공통점과 타협점을 찾게 된다.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 서로 다른 악기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오케스트라를 기업경영에 빗대어 피터 드러커는 “미래 조직의 모델은 오케스트라와 같다.”('미래기업의 조건' 중에서)고 하였다.

맹자(孟子)는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 즉 ‘天時(하늘이 준 좋은 기회)는 地利(지리적 우세)만 못하고, 地利(지리)는 人和(사람간의 화합)만 못하다"고 하였다. 어떤 다른 좋은 일보다 사람간의 화합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 ‘화(和, harmony)’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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