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破字)해보면 나무 목(木), 아침에 해가 뜨는 모양을 상징한 단(旦)이란 글자와 산(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매의 맛과 색이 사과를 닮았다 하여 ‘산에서 나는 사과나무’라고 하여 산사나무이기도 하다. 봄에 흰 꽃이 가득 피고, 가을에 붉은 열매를 맺어 겨우내 달려 있는 산사나무는 산속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나무라는 이름처럼, 무리를 지어 피는 흰 꽃과 빨간 열매가 산사나무의 특징이다. 성숙한 과실은 9∼10월 붉은빛으로 익는다. 한약재로 쓰이며 산사자(山査子)라고 한다.
맛과 기운은 시고 달며, 약간 따뜻하다 (酸甘, 微溫). 소화를 돕고, 체한 기운을 열어주며, 어혈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을 도와서,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消食導滯, 活血祛瘀, 强心), 혈청 지질을 감소시킨다. 호랑이가 체했을 때 이 열매를 먹는다 하여,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산사나무 열매를 쓴다. 육류를 많이 먹은 후 디저트로 인기가 높다.
산사자(山査子)는 시트릭 산(Citric acid)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어 맛이 시고 달아서, 그대로 먹는 경우보다 가공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에서는 탕후루(糖葫蘆) 등의 간식류로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산사자(山査子)에서 씨앗을 제거한 육질 부분을 산사육(山査肉)이라 하는데, 따뜻한 물로 우려내어 차로 마신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순조 임금이 금은화(金銀花)와 산사육(山査肉)으로 만든 차(茶)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육류 섭취는 많고 운동은 부족했을 왕이나 귀족들에게 어울리는 한약재인 듯 싶다. 일본은 조선 영조 때, 우리나라에서 산사나무를 얻어다 심어서 어류 요리에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학명은 Crataegus pinnatifida Bunge다. Crataegus는 힘(strength)이란 의미의 그리스어인 kratos와, 날카롭다는 의미의 akis가 합해진 말로 ‘힘을 가진 날카로운 가시가 나쁜 기운에서 보호해주는 힘을 가졌다’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는 어린아이가 죽으면 산사나무 아래에 묻어서 천국에 가기를 기원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런 장면이 <산사나무 아래(Under the hawthorn tree)>라는 아일랜드의 소설에서 나온다. 감자 대기근(Potato Famine)이라 불리는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Great Famine) 시기에 부모를 잃은 삼남매가 힘든 삶을 극복해 나가는 여정을 다룬 이 소설은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소개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같은 이름의 중국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의 암울했던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산사나무에 얽힌 항일운동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젊은 남녀의 지순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끝을 맺는데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산사나무 꽃의 꽃말인 ‘유일한 사랑’이 이 영화에 더욱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산사나무는 유럽에서 수많은 전설을 가진 민속나무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산사나무가 희망의 상징이다. 지금도 5월 1일이면 산사나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문에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다. 아테네의 여인들에게, 산사나무의 꽃은 행복의 상징으로 결혼식 날 머리를 꾸미는 데 이용했다. 로마에서는 산사나무 가지가 마귀를 쫓아낸다고 생각하여 아기 요람에 얹어두기도 했다. 또한, 산사나무의 가시가 천둥과 벼락을 막아주고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 울타리로도 많이 심었다. 그래서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사랑받는 <해리 포터 시리즈( Harry Potter series)>의 등장인물인 드레이코 말포이(Draco Malfoy)의 지팡이 또한,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의 관(棺)이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그만큼 신성한 의미를 담은 나무로 사랑받아 왔음을 알 수 있다. 1620년, '순례자(Pilgrim Fathers)‘라고 불린 잉글랜드 출신 이민자 102명을 북아메리카 대륙의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까지 수송한 배의 이름을 산사나무의 영어 이름인 '메이플라워(May flower)'호라 붙인 이유도, 이렇게 자신들을 어려운 상황에서 지켜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산사나무에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5월에 아름다운 흰색의 꽃을 활짝 피우는 산사나무는, 곧 5월의 상징이 되었다. 근대 노동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노동절 행사가 1890년 5월 1일로 정해진 후, 산사나무 꽃은 자연스레 신성한 노동을 상징하는 귀한 꽃으로 대우받는다. ‘메이플라워(May flower)’는 메이데이(May day), 노동절의 꽃으로 사랑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옛사람들이 아름다운 순백의 하얀 꽃을 활짝 피운 산사나무를 바라보며, 불운으로부터 산사나무의 기운이 그들을 보호해주기를 염원한 것처럼, 지금 우리도 너무 큰 시련을 주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래는 마음을 담아 아름답게 핀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아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