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40세에 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했던 A씨는 당시 1만2000원의 보험료만 지불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A씨의 보험금은 5만2000원으로 상승한 상태. 비교적 건강한 상태의 A씨는 그간 한 번도 실손 청구를 한 적이 없었다. 이에 A씨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탔고, 현재 1만5000원의 보험료를 내게 됐다.

‘보험료 할증·할인’ 제도가 핵심인 4세대 실손보험이 다음달 1일 출시된다. 일부 가입자의 의료 과잉으로 인한 손해율 급등을 막고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보장체계가 대폭 변경된 만큼 보험소비자들의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15개 보험사(손해보험사 10곳, 생명보험사 5곳)가 7월1일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한다고 29일 밝혔다.

4세대 실손보험 핵심 ‘보험료 차등제’

4세대 실손보험이 기존 실손보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보험료 차등제’다. 보험사의 손해율 억제와 과도한 의료쇼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에 새롭게 도입된 항목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3세대 실손보험의 주계약은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포괄하고, 특약은 ▲도수·증식·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 ▲비급여 MRI 등 3가지 특정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고 있다. 개정된 4세대 상품에서는 주계약은 급여만, 특약은 비급여 항목만 보장하도록 분리된다.

이에 보험사는 급여, 비급여 항목 각각의 손해율을 산정하고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4세대 실손 가입자가 지급된 보험금이 없을 경우 최대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직전 12개월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가입자 비중은 전체의 72.9%에 달하는 만큼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4세대로 갈아타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보험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100만~150만 원인 경우 100%, 150만~300만원은 200%, 300만원 이상이면 300% 할증된다. 이같은 할증구간의 증가된 보험료는 할인재원으로 사용된다.

보험금 지급 이력도 1년마다 초기화된다. 예를 들어 2021년 비급여 지급보험금을 많이 받더라도 2022년 무사고이면 2023년엔 보험금을 5% 할인 받을 수 있다. 할인·할증도 전체 보험료가 아닌 비급여 특약 보험료에만 적용된다. 통상 비급여 특약 보험료는 전체의 60% 수준이다. 다만 충분한 통계확보를 위해 할인·할증은 4세대 출시 이후 3년 뒤 적용되며, 의료취약계층은 차등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도수치료·비타민주사 보장 제한…자기부담금↑·보험료↓

4세대 실손보험은 일부 보장항목의 한도와 횟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주계약과 특약을 모두 가입할 경우 보장범위와 한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도수치료, 영양제 등 보험금 누수 논란이 큰 항목들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도수치료의 경우 4세대에서는 최초 10회만 보장하고, 객관적인 검사 결과가 있는 경우 10회 단위로 추가해 연간 50회까지 받을 수 있다. 기존 실손보험은 연간 최대 350만원 한도로 50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영양제 및 비타민제는 실손의료보험에서 원칙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 다만 약사법령상 허용되는 경우에 투여됐을 때만 보장된다.

일부 보장항목에 제한이 생긴 반면 불임 관련 질환, 선천성 뇌질환, 피부질환 등 급여 항목은 사회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보장이 확대됐다.

불임 관련 질환은 보험가입일 2년 후부터 급여 항목을 보장하고, 임신 중 보험 가입시 출생 자녀의 뇌 질환 보장도 확대한다. 만약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도 보장해준다.

보험료가 낮아지는 대신 자기부담금이 높아지는 것도 4세대 실손보험의 특징이다. 이전 3세대 상품의 자기부담비율은 급여항목 10%(선택형 20%), 비급여 20%(특약 30%)이다. 4세대 실손은 각각 20%, 30%로 10%p씩 증가한다.

이처럼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는 기존 상품과 비교해 10∼70% 저렴하다. 4세대 상품 보험료는 1세대 대비 약 70%, 2세대 대비 약 50%, 3세대 대비 약 10% 낮다.

또한 금융당국은 4세대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전환 시 보험회사의 심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칙은 무심사 전환이며,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한 뒤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으면 계약 전환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4세대 실손보험 신규가입이나 계약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점검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경감 효과 등이 제대로 나타나는지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와 그리고 진료비용이 저렴한 병원 검색방법 등에 대해서도 안내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을 하고 보험료 부담도 적게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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