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진행된지 약 한 달이 지난 뒤 금융당국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자평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또한 전문가들도 법정최고금리 인하 부작용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각 금융협회와 ‘최고금리 인하 시행상황반’ 제3차 회의를 열고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대부업 등에서 최고금리 인하 영향을 받는 저신용자 대출 동향 등을 점검했다고 19일 밝혔다.
시행상황반은 지난 한 달 간 우려했던 ‘저신용자 대출절벽 현상’ 등과 같은 특이동향이 나타나진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3개 업권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신규공급 추이를 점검한 결과, 최고금리 인하 이후 한 달 간 저신용대출 공급규모는 지난 1년(2020년 7월~2021년 6월) 월평균 공급규모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진행된 ‘불법사금융 근절’ 캠페인으로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고 및 검거건수도 증가했다. 난 7월 한달 동안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통한 신고·상담 건수는 9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1~6월) 대비 월평균 상담 건수가 22% 증가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관련 검거 인원도 증가했다. 경찰과 서울·경기특별사법경찰은 지난달 85개 사건을 수사하고 158명을 검거했다. 상반기 대비 월평균 검거 인원은 약 15%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인하 후 시행반 운영 및 불법사금융 단속 체계가 원활히 운영된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쿠키뉴스 취재 결과 실제 시장의 체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메밀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모씨(60)는 불법사금융 업자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푸념했다. 최고금리 인하 후 시행된 ‘불법사금융 특별근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수업자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증언과 증거들은 청량리 시장 곳곳에서 쏟아졌다. 일수 광고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토바이가 드나들기 힘든 좁은 골목길을 제외하면 청과물시장과 종합시장, 수산물시장 등의 길가에서 쉽게 대출을 유도하는 홍보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청량리시장 상인회에서도 지난해와 올해도 여전히 불법사금융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요즘은 시장상인들도 사채를 쓰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용하지 않지만 절박한 사람들은 한 두명씩 나오기 마련이다 보니 꾸준히 광고물을 뿌려댄다”며 “상인회 차원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전단 제거에만 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부작용은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적 분석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하며 법정 최고금리가 종전 연 24%에서 연 20%로 4%p 낮아지는 것이 대부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는 2017년 104만5000명에서 2019년 53만명으로 49.3% 감소했으며, 규 대출액은 7조300억원에서 4조900억원으로 41.8% 줄었다. 특히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이용자수는 56.1%, 신규 대출액은 51.0% 각각 감소했다. 6등급 이상 중·고 신용자 대비 위축 정도가 크다고 나타났다.
제도권 금융은 위축되는 반면 불법사금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입법조사처는 “불법 대부업에 의한 피해 신고가 2019년 하반기대비 2020년 상반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대부는 1335건에서 1776건으로 33.0%, 고금리는 368건에서 519건으로 41.0% 각각 뛰었다.
이같은 불법사금융의 증가세는 올해도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사금융 근절’ 캠페인으로 접수된 신고 상담 건수가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불법’ 사금융인 만큼 통계 파악이 힘들지만 검거 및 신고건수의 증가는 그만큼 불법사금융 업자들이 증가했다는 추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입법조사처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심사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불법대출이나 대출사기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향후 서민금융기관의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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